최근 경북 지역에서 군인이나 교정기관 관계자로 속여 말해 음식이나 물품을 대량으로 주문한 뒤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고 사라지는 일명 `노쇼(No-show)` 사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예약을 어기는 수준이 아닌 피해자에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 악의적인 범죄다.
지난 4월 12일 경주에서는 진해기지사령부 군수와 중위를 사칭한 사기범이 도시락 90인분을 주문하고 전투식량 구매를 대신해달라며 1080만원을 송금받은 뒤 잠적했다. 같은 날 구미에서는 김천소년교도소 계장을 사칭해 주방용 밀폐용기를 주문한 후 방탄조끼 40벌을 대신 사달라며 800만원을 가로챘다. 포항에서는 교도소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자동심장충격기 주문을 빌미로 1억원 상당의 방탄조끼 비용을 받아 사라졌다. 이처럼 조직과 신분을 위장한 노쇼 사기는 이미 경북 지역에서만 60건이 넘게 접수되며 사회적 문제로 떠 올랐다.
이런 범죄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피해자가 대부분 지역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량 주문에 대비해 원재료를 미리 준비하고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고정비용과 시간, 노력을 선투자하게 된다. 하루하루 매출에 따라 생계가 좌우되는 구조 속에서 한 건의 노쇼가 가게 운영 전체를 흔들고 대출과 신용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단골`이 되겠다며 신뢰를 쌓고 공공기관을 사칭해 믿음을 유도하는 방식은 선의의 자영업자를 정면으로 노린 교묘하고 비열한 수법이다.
경찰은 이런 범행을 단순한 약속 불이행이 아닌 계획적인 사기로 보고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들께도 대량 주문이 들어왔을 때는 선결제나 예약금을 요구하고 공공기관 명의의 주문일 경우 해당 기관에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드린다. 특히 대리구매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한 번 더 의심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112로 신고해주시길 바란다.
소상공인들이 더는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경찰은 수사와 함께 범죄 예방 홍보에도 힘쓸 것이다.
얼마 전 노쇼 홍보문 전달을 위해 상인회에 방문했을 때 피해 사례를 듣고 안타까워하고 걱정하던 다른 소상공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진심 어린 장사로 하루를 버티는 이웃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경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