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이제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지난해 호주 빅토리아주와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단순히 "날씨가 건조해서"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극단적인 현상들이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이 기후위기의 명백한 징후라고 분석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안동과 청송 일대의 산불은 빠르게 확산되며 지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이 위기의 순간 소방차나 헬기와 더불어 `댐`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낙동강유역 안동댐과 성덕댐은 방류량을 늘려 하천 수위를 높임으로써 자연적인 방화선(防火線)이 형성됐고 소방용수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산불 진화 작업을 크게 도왔다. 이 사례는 댐이 국가 재난대응의 핵심 인프라로 재조명돼야 함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의 반복은 댐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다목적댐은 홍수와 가뭄이라는 상반된 재해에 동시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홍수기에는 댐이 물을 조절해 하류 피해를 예방하는 중심 역할을 하면서 하류 하천의 제방, 유수지 등 하천 구조물과 댐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류의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필요 지역에는 저류시설을 추가 배치하는 복합적 홍수 관리전략이 필수적이다. 가뭄 시기에는 댐에 저장된 물을 생활 및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공급함으로써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자원이 된다.
한편 댐은 관광레저와 지역상생, 로컬브랭딩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도 재탄생하고 있다. 전국 여러 댐에서는 수변공원을 비롯한 휴양시설, 지역 특산품과 연계한 로컬브랜딩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댐과 지역사회 간의 상생협력을 촉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댐이 똑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수자원 수급 여건과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 요구되며 실제로 노후화되거나 기능이 미약한 댐은 철거할 수도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새로운 댐 건설을 추진하는 유연한 수자원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댐은 국가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생명선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이는 경북 지역 산불 사례처럼 재난 대응에서도 확실하게 입증되고 있다.
물론 댐 건설과 운영에는 환경 문제, 지역 주민 이주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댐의 새로운 역할을 인정하고 이 인프라를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진화시킬 때이다. 댐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의 중심`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댐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든든한 방패, 그것이 바로 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