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일제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먼저 소비가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소매판매액 지수는 100 수준으로 5년 전 코로나19 초기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소비가 얼자 자영업자 폐업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폐업지원금 신청 건수가 1년 목표치의 90%를 초과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살아나는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그러나 소비로 이어져야 할 돈이 정작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부의 양극화만 심해지고 `서민경제`는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2월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인하한 결정적 배경은 소비가 코로나19 재난 상황과 맞먹는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소매 판매액 지수는 100을 근소하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코로나19 최초 확산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계엄으로 인한 심리 위축이 많은 영향을 미쳐 올 1월 초 경제 중간 점검을 실시했는데 그 이후에도 경제 심리 냉각만큼이나 소비·건설 부문 데이터가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가 과연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당시 한은 기준금리 인하를 만장일치로 결정하면서도 `부동산 쏠림` 현상을 우려했었다. 당시 의사록을 살펴보면 한 A 금통위원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B 금통위원 역시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 심리와 성장 흐름을 개선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직후 금융당국과 은행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당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기준금리 인하분을 은행권 대출금리에 반영해야 한다"며 "시차를 갖고 우물쭈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권 사무처장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 곧바로 대출금리를 내린 우리은행을 이례적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다음날인 26일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25%P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은행권 금리하락은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강남 3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집값, 부동산 거래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급등 조짐에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재차 주문하고 나섰다. 이에 은행권은 대출 금리를 다시 높이고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제한하는 등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 평균은 1.472%P로 8개월 연속 확대됐다. 대출 금리보다 예금 금리를 더 많이 내린 결과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제·금융 수장들 사이에서는 금리인하가 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부동산 쏠림`을 막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