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은 삶이 반복된다고 느껴본 적이 있나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였고,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과 결혼해 이혼한 여성이 다시 재혼을 한다면, 또다시 알코올 중독자인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녀는 아마도 ‘운이 지독히 나빠서’ 혹은 ‘팔자가 사나워서’그런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운명의 장난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선택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게는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프로이트가 제시한 정신분석학 용어로,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음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에서 배우지 못한 채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의 사례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불행이 성인이 되어서도 되풀이되는 경우이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은 패턴 때문이다.우리는 왜 자신을 고통과 불행으로 이끄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일까?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세상에 본인도 모르게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이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상관없이, 익숙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편안함’을 선택하게 된다. 즉, 불행하더라도 익숙하기 때문에 다시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다.앞의 사례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술주정을 보며 진절머리를 쳤을 것이다. 비 오는 날, 아버지가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 대신 복수하고 싶다"거나 "차라리 아버지를 없애버리고 싶다"는 강한 증오심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남성상으로 깊이 각인된다. 그녀는 아버지가 두렵고 미웠지만, 동시에 사랑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무의식에는 ‘사랑’과 ‘폭력’이 동시에 자리 잡는다. 결국, 사랑하는 남자는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왜곡된 믿음이 형성되는 것이다.세월이 흘러, 아이는 어른이 되고 벗어나고 싶은 불행으로부터 도망치듯 사랑을 찾아 결혼을 한다.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과 폭력에 시달리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자신은 절대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남성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무의식에 깊이 새겨진 남성상은 의식적으로 내리는 결정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그런데 어린아이의 무의식에 각인된 남성상은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와 결국 어머니와 같은 삶을 선택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관계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만약 첫 남편과 이혼했다면, 이혼 후 두 번째 남편을 선택할 때도 ‘반복강박’이 작용하여 결국 비슷한 상대를 고르게 된다. 이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불행했던 상황과 유사한 관계를 반복하게 된다. 결국,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무의식적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다른 선택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의 불행을 반복한다. 왜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일까?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남성은 그녀의 내면에서 낯설기 때문에 편안함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인 남성과 함께 있을 때는 두렵지만, 오히려 익숙하기 때문에 안정감을 느낀다. 부모의 삶을 통해 뇌에 각인된 불행이지만, ‘익숙한 편안함’이라는 반복강박이 작동하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 결과, 그녀는 또다시 불행의 쳇바퀴를 돌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기보다 팔자나 운명의 탓으로 돌린다. 이는 결국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일상 속에서도 ‘반복강박’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일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밤참의 유혹에 넘어가고, 시험 날에는 공부보다 게임을 선택하며 후회를 반복한다.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면 이미 지난달의 소비를 후회하면서도, 또다시 충동적으로 쇼핑을 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화를 내고 손해를 본 뒤 "이제는 참아야지" 다짐하지만 또다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부부싸움을 한 후 다시는 다투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같은 이유로 반복해서 싸우게 된다. 이처럼 끊어내려 노력하지만 반복되는 행동 역시 ‘반복강박’의 한 형태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불편한 것보다 편안한 것을 선호한다.익숙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편함은 곧 고통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반복강박’에서 비롯된 ‘익숙한 편안함’은 순간적으로는 안도감을 줄 수 있어도, 결국 더 큰 고통과 불행을 초래한다.‘반복강박’을 겪는 사람은 고통과 불행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이 반복해서 선택한 결과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설령 고통과 불행을 깨닫더라도, 여전히 ‘익숙한 편안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미래에 닥칠 더 큰 고통보다 당장의 작은 고통을 더 두려워하고, 먼 미래의 불행보다 눈앞의 불편함을 더 회피하려 한다. 결국, 미래를 고려할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 반복강박의 가장 큰 함정이다.어떻게 하면 반복되는 고통과 불행의 쳇바퀴, ‘반복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먼저, 용기를 내어 자신의 내면과 객관적으로 마주해야 한다.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익숙한 편안함’이 불행을 초래하는 것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낯선 불편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던 ‘반복강박’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