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수출을 근간으로 한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개선세가 뚜렷하다. 다만 업황 회복에 따른 세계 각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른바 `쩐의 전쟁`은 더 격화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견고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 개선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강경성 산업부 1차관은 지난달 `3차 수출 품목 담당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품목을 중심으로 주력품목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이번 달(3월)에도 수출 증가세와 흑자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강 차관의 언급대로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는 각종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2월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5.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1.3% 늘었다. 지난해 11월 0.3% 반등한 이후 12월(0.4%)과 1월(0.4%), 2월(1.3%)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약 2년여 만이다.
여기에는 반도체가 있다. 지난 1월 8.2% 감소했던 반도체 생산이 2월에는 4.8%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5.3% 급증한 것이다. 반도체 재고도 전달보다 3.1% 줄었다.
반도체 생산 증가는 여타 관련 투자로도 이어졌다. 2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0.3%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2014년 11월(12.7%) 이후로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운송장비(23.8%)와 기계류(6.0%) 모두 전월보다 투자가 늘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제조용 기계 투자,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면에서도 반도체 실적 회복에 따른 개선세가 뚜렷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1072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품목별로 반도체 수출이 61.4%(전년동기대비 기준) 늘면서 증가세를 견인했다.
`2024년 2월 ICT 수출입 동향`에서도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이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면서 메모리(108.1%), 시스템(27.2%) 반도체 수출이 모두 증가했다.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며 99억6000만 달러를 수출했다.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돌면서 각종 경제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이른바 세계 주요국의 `칩워(Chip War)`는 다시 격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수출 통제 조치로 선제공격에 나선 미국과 주요국들은 `보조금 지원`을 무기로 자국에 대한 투자를 이끌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거액의 보조금으로 유수의 반도체 기업 생산시설을 유치하면서 소위 반도체발 `쩐의 전쟁`을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른바 `반도체법`을 만들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년간 527억달러의 생산 및 연구개발(R&D)비를 지원한다.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에 170억달러(약 22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60억달러(약 8조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980년대까지 반도체 왕국으로 군림해 온 일본도 제2의 부활을 꿈꾸며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1공장이 일본에 문을 열었는데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막대한 선물보따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