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난진(以假亂眞) 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역사학자 반고가 한나라를 들어먹은 왕망을 두고 `가짜 황제가 세상을 어지럽혔다`고 평한 데서 유래된 말로,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뜻이다. 진짜를 어지럽히는 가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왔다.  `딥페이크(Deep Fake)`는 인공지능(AI)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를 조합한 용어이다. 딥페이크를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무궁무진한 창작활동과 의사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되었지만 앞서 보았듯 순기능만을 찬양하기에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진짜를 위협하는 가짜의 등장이 정치·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각국에서는 뒤늦게나마 딥페이크 등 신기술에 대한 규제의 입법화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28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딥페이크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딥페이크에 대한 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을 위한` 목적의 딥페이크는 제작·편집·유포·상영 등이 금지되고 선거일전 90일 도래 전에 딥페이크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경우 딥페이크임을 표시하도록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튜브, SNS 등으로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는 현실에서 선거현장에 유포되는 가짜 정보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며 사후 복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를 가짜라고 알릴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일정 기간 가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딥페이크로 인한 선거혼란을 막는 필요 최소한의 방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만으로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AI기술의 폐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선거에서 딥페이크 규제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가짜 정보를 생산하지도, 유포하지도 않아야 하거니와 가짜는 적극적으로 신고·제보해서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민의를 교란하고 선거를 왜곡할 수 있는 딥페이크 선거범죄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공동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4·10일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딥페이크 기술의 산물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유권자를 현혹할 수 있는 가짜 정보 생산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 그리고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 정보를 가짜라고 알리는 것이 결국 진실을 말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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