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유튜버가 사전투표 장소로 운영이 예상되는 곳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유튜버 A씨는 최근 전국 행정복지센터 및 체육관 등 사전투표 장소로 운영이 예상되는 40여곳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소재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돼 31일 구속됐다. 경찰은 공범 2명에 대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사전투표 예정 장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총 3명을 검거했다"며 "1명은 이미 어제 구속됐고 나머지 2명은 조금 전에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70대, 50대 남성 등 2명이 A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건조물 침입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날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울러 경찰은 전공의 집단 이탈 공모 혐의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 신모씨를 추가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신속히 한다는 방침이다.
민주주의 선거의 대원칙인 비밀투표가 훼손돼 큰 혼란이 생길 뻔했으나 미연에 막은 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범행이 발생하기 전까지 선관위와 지자체, 경찰 등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유튜버 A씨는 선관위의 사전투표율 조작을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몰카 영상을 통해 투표소 출입 인원을 직접 집계한 다음 선관위 발표와 일치 여부를 따지려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A씨가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몰카를 설치한 정황이 발견됐다. 선관위 집계 인원이 다르다며 부정선거론을 퍼뜨리거나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하는 영상을 올리기까지 했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일수록 구독자와 조회수가 오르는 걸 악용한 유튜버가 이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까지 먹잇감으로 삼은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몰카 사건은 지난 2020년 총선 부정선거론을 떠올리게 한다. 대법원이 선거 무효 소송을 기각했는데도 SNS에서는 여전히 당시 야당의 압승이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역시 평소 부정 투표 감시단을 자처했는데 그의 주장에 공감한 70대 1명이 몰카 설치를 도왔다가 함께 붙잡힌 상태다. A씨는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공범이나 배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고 선거 불신을 조장한 혐의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또 관계 당국은 투표소 전수 조사로 몰카를 발본색원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투표와 선거운동, 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를 뿌리 뽑으려면 이참에 SNS 시대에 대응할 수 있게끔 선거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서 엄정한 대처와 처벌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