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가 사비를 들여 고향인 전남 순천시 운평리 마을 사람들에게 1억여원씩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지역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 창업주가 `고향에 부자 났다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것인데 살아오면서 인연이 됐던 분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남몰래 기부하려고 했던 부분인데 의도치 않게 알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순천시 서면 이장들에 따르면 이 창업주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순까지 운평리 6개 마을 280여세대 주민들에게 세금을 공제하고 2600만원에서부터 최대 9020만원까지 마을 토박이와 실거주 30년 이상 등 거주 연수에 따라 개인 통장으로 5단계로 차등 지급했다.
이 창업주는 순천시 서면 운평리 죽동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서면 동산초등학교(25회)와 순천중학교(15회)를 졸업한 뒤 상경해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창업주는 순천에 부영초등학교를 세우는 등 교육부문 사회 공헌 활동을 해왔다.
82세로 고령인 이 창업주는 동산초 동창생들에게도 1억원씩 준데 이어 순천중학교 동창생들에게도 1억원씩 지급했으며 같은 기수로 순천고를 졸업한 8회 동창들에게는 5000만원씩 전달했다. 확인된 순천중·고 동창생들만 80여명에 이른다. 이 창업주의 친척들은 2년 전에 이미 1억원부터 최대 10억원까지 받았고 이외에도 군 동기, 주변의 어려운 지인들까지 도우며 선행을 베푼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9020만원을 받은 A마을 이장은 "지난해 말에 이 창업주 측에서 마을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파악했다"며 "오랫동안 고향을 지켜준데 대한 고마움과 농촌의 힘든 여건을 잘 이겨내라는 의미로 마을 사람들에게 큰 돈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은 크든 적든 다 돈을 받아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들떠있다"고 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운평리 사람들은 이 창업주에 대한 공적비 건립을 위해 자신들이 받은 금액의 1%를 성금으로 냈다. 운평리 당천마을에 거주하는 장찬모(82) 공적비 건립추진위원장은 "우리가 이 창업주에게 도음을 준 일도 없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으니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이 창업주는 이번 일을 알리지 말고 공적비도 세우지 말라고 하는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창업주의 사비 출연과 별도로 지난 22일부터 순천지역 7500여 세대에도 참치세트와 공구세트를 전달했다. 그동안 조용히 개인적으로 기부한 현금만 약 15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부한 물품까지 더하면 총 2500억원 규모다.
부영그룹은 이번 이 창업주의 개인 기부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사회공헌 을 펼치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1조1000억원으로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박삼진 기자wba11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