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은 1층이고 책 10권은 10층이고 책 100권은 100층이다. 1층에서 내다보는 풍경과 100층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차원이 다르다.  살다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겨나는 게 인생의 법칙이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고 나면 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문제가 없어진 게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커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나 데리고 잘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 데리고 잘 살려면 나를 키워야 하고 나를 키우는 데는 독서가 최고다.  어제는 팔순이 넘으신 노 시인을 만났다. 젊은 날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15년을 근무하시고 65세에 정년을 한 후 그때부터 책을 읽었다고 한다.  생존해 있는 친구들 보다 떠난 친구가 더 많고 그나마 생존 해 있는 친구들은 뒷방을 지키며 늙어 가는데 본인은 책을 읽으니까 이렇게 젊은 사람한테 초대도 받는다면서 흐뭇해 하셨다.  독서 덕분에 미천한 사람이 여전히 문화원장이라는 직을 수행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씀이 경전처럼 들렸다.  조간신문에 습관처럼 부고란을 보시는데 아들이 병원장이어도 그 아버지가 죽는 걸 보면 위안을 얻는다며 허허 웃으셨다.  독서를 통해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는 노 시인은 인생 희노애락의 한복판을 건너온 내공이 빛나는 훈장 같았다.  독서를 하면 젊은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멀리서도 벗이 찾아온다.  그러면 어떻게 읽을 것인가?글자를 아는 신경계는 발달이 돼 있지만 책을 읽는 신경계는 아직 미개발지대다.  미개발지대는 천천히 깨워나가면 된다. 책은 서서히 체질을 바꾸는 동양의학과 닮아 있다.  그동안 알약 하나 먹으면 금방 두통이 사라지는 서양의학에 길들여져 살아온 우리들에게 기다림이란 고행 그 자체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뇌 깊숙이 즐거움을 추구하도록 설계했는데 이곳에 도달하는 방법에는 편법이 없다. 오로지 내 한발로 꾸준히 옮겨서 쌓아야만 한다.  꾸준하게 하는 게 힘들었던 인간들은 이 기쁨을 외부에서 찾았다.  그 대표적인 게 탐욕 산업이다. 도박, 게임, 술, 담배 마약 같은 인생에 해로운 재미들은 한두번만 해도 기쁨의 물질인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기 때문에 쉽게 즐거움을 찾는다.  반면 인생에 이로운 재미 즉 독서, 운동, 명상, 치실 사용하기 등은 어떤가? 습관들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습관만 되면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오르기도 하고 부자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 자긍심이 생겨나 살아가는 탄탄한 힘이 된다.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 절반의 행복은 번 셈이다.  사실 책이 주는 메시지는 인문학이든 자기계발서든 심지어 동화까지 모두가 비슷비슷하다.  너 자신을 알라, 감사하라, 자기 자신을 신뢰하라, 타인을 배려하라, 말은 하는 것 보다 잘 들어야 한다. 긍정하라, 시간 관리를 잘 하라. 꾸준히 하라 등 이런 메시지들은 머리로는 알지만 실행이 잘 안 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읽은 책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했는가가 중요하다.  머리로 아는 것들로는 내 삶을 바꿀 수 없다. 머리로 아는 것이 가슴까지 내려와야 실행이 되고 실행해야 남는 독서가 된다.  부자가 되려면 욕망을 잘 다스려야 하고 더 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내 선택이 옳았음을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마취시켜야 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다 독서광이다. 독서는 수행이다. 티끌모아 태산이고 공든 탑이고 금광이다.  인간은 보통 30년 동안 익힌 사회적 문화적 신념으로 평생을 살다간다.  평균수명이 6~70이던 시절에는 공부 없이도 적당히 살고 퇴장 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세상이 급변하기도 하지만 100세 시대인 지금 `~라떼`만으로는 긴 노후를 지탱할 수가 없다.  나이만 먹은 노인이 돼 외롭고 우울하게 보낼 것인가? 독서를 통해 성장하는 어른이 돼 스스로 경전이 될 것인가? 선택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그 많은 책들이 하나같이 감사하고 긍정하라고 외치는 이유는 그만큼 인생에는 감사할 일 보다 결핍이 많고 긍정할 일 보다 부정할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노 시인은 머리에 쓴 모자를 한 번 들었다가 다시 내리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고 자리를 떴다.  나는 그분이 쌓아온 100층 쯤 되는 풍경을 상상하며 오래오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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