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전통한옥의 멋과 품격을 간직한 한옥스테이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고품격·친환경 주거형태인 한옥이 빠르게 늘면서 경주 포석로에 자연스럽게 한옥촌이 형성되고 있다.
서남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10여년 전부터 한옥 식당과 한옥스테이가 들어서고 있다. 그 중심에 경주 남산황토 전원주택 김오재(사진·53)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배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을 지키며 올 3월부터 내남면 용장리에 한옥을 짓고 있다. 36년 경력의 김길중 도편수를 비롯해 30년 이상의 한옥 장인 6명이 내년 7월까지 8264㎡(2500평)에 15채의 한옥을 지을 계획이다. 한옥스테이로 운영돼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할 예정이다. 이렇게 큰 한옥촌이 들어오면 건축주가 누구일까 궁금해 할거라며 건축주는 경주지역 사람이라며 귀띔을 해줬다.
한옥은 획일화된 주거문화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전통 조형미와 자연에 순응하는 건강한 삶이 있는 새로운 주거문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가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그는 문화고등학교 재학 중 친구의 고장 난 라디오와 가전제품을 고쳐 주기도 하고 또 망가트려 부모님께 혼이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엉뚱하고 호기심 많고 적극적인 소년은 어른이 돼 기계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기업에서도 만들지 못한 우리나라 최초로 투명비누 자동포장기계를 발명했다. `투명비누포장 자동포장기계 특허`와 `비누소형기계 특허` 등 3개 정도의 특허를 갖고 있었다.
IMF 국제 통화기금 금융위기로 경영이 힘들어져 특허 유지비를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운영의 위기를 맞았다. 부모님의 집까지 담보로 넘어갔으며 거기다 아버지까지 암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내 집 한칸 없이 남의 집에서 고생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집을 마련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에 하나씩 배워가면서 한옥을 짓게 됐다"라며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처럼 집을 지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한옥에 매료된 김 대표는 전통한옥의 멋과 품격을 간직하면서도 이용자가 현대생활에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한옥에 접목했다. 한옥은 춥다는 기존 인식을 깨기 위해 황토에 볏짚을 넣고 벽체에 목화솜을 넣는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목화솜 3중 단열벽체`, `거꾸로 타는 아궁이문`, `효자구들보일러` 등 특허를 3개 갖고 있다. 구들장의 은근한 온기와 자연친화적인 황토가 주는 안락함에다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효자구들보일러`를 개발했다. 겨울철 난방비 절감과 편리성·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일러로 기존 기름보일러에 비해 70% 이상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한옥은 나무로 틀을 만들고 황토와 짚을 엮어 벽을 만들고 구들을 놓고 불을 지펴 난방을 한다"라며 "한국사람은 한복을 입고 한식을 먹고 한옥에서 잠을 자야 한다"고 했다. 또 "현대인들이 획일화된 주거문화 속에서 살다보니 병도 많이 생기는데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진 한옥에서 살아야 건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한 `남산 황토집짓기 교실`도 곧 개강을 할 예정이다. 포항, 울산, 대구 등 인근 도시 퇴직자들과 한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수강하고 있다.
김희동 기자press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