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대비해 대구 중구가 운영하는 실외 무더위쉼터에는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냉풍기의 바람을 맞으며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체감온도는 35도에 육박했다.
찬바람을 쐬며 얼음물을 연신 들이킨 한 노인은 "더위가 정말 대단하다. 아침부터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았는데 코로나가 무서워 마스크까지 잘 벗지 못해 거리를 다닐 때는 정말 힘들다"고 했다.
낮 12시쯤 대구 최대 번화기인 중구 동성로의 체감온도는 37도 가까이 올랐다.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A씨(35)는 "마스크를 끼고 10분 정도 걸었는데 땀이 빗물처럼 흐른다. 지난해에도 폭염 속에 마스크를 껴 힘들었는데 올해까지 이어질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이날 동성로 일대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쓰다 벗다를 반복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폭염도시`에 사는 대구 시민들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직장인 원민의씨(33)는 "사무실에서는 에어컨을 켜다 끄고를 반복해 그나마 견딜만 하지만 외부 활동을 할 때는 폭염에 마스크까지 착용해 숨이 턱턱 막힌다"며 "소나기라도 시원하게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 조정희씨(43)는 "대구는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던데 마스크를 낀 채 8월 폭염을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며 "폭염도 폭염이지만 무엇보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잠잠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폭염에 취약한 이들은 진카검사와 검체 채취를 담당하는 의료진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두꺼운 방호복을 벗지 못해서다.
이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만난 한 의료인은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다 방호복까지 입어 매일 매일 땀으로 샤워를 하고 있다"며 "그래도 내게 주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종환 기자jota1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