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시는 국비 30억원이 투입되는 `2025 세계유산축전`을 준비 중이다.    겉으로 보면 국제적 도시 이미지를 높일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깜깜이 행정`과 `특정 기관 밀어주기`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주시는 축전 주관을 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 맡겼다. 문화유산 연구가 본업인 이 기관이 축제·공연 기획, 프로그램 운영, 심사위원 관리까지 떠맡는다.  전문성이 없는 분야를 맡긴 데다 사업 운영 업체 선정은 `프로그램 제안서 평가위원회`라는 비공개 심사 방식이었다. 심사위원 명단, 평가 절차, 선정 기준은 철저히 가려졌다.      시민 혈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셈이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발은 거세다. "전문성 없는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업이 서울, 부산, 대구 등 외지 업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주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시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  경주시는 "조례에 따른 절차"라며 형식적 정당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절차가 합법이면 내용도 정당한가?  시민들이 "허울 좋은 쇼"라며 등을 돌리는 이유다.  세계유산축전은 본래 경주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고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행정은 시민 참여와 지역 상생이라는 기본 취지를 뒷전으로 미룬 채 보여주기식 행사와 예산 몰아주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행사는 끝나면 사라진다. 남는 건 기록과 기억뿐이다. `30억짜리 잔치`가 지역민의 추억과 자부심으로 남을지, 불신과 냉소만 남길지는 경주시의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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