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가 짙게 깔리는 8월의 대구. 골목마다 붉게 피어난 능소화가 이 도시의 여름을 뜨겁게 물들이고 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문득 달력을 보면 `8월 15일`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광복절. 그날의 의미는 여전히 무겁고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라는 큰 이정표를 맞아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마침내 주권을 회복했다. 하지만 광복은 단순한 해방이 아니었다. 우리의 언어와 문화, 정체성을 되찾는 길이었고 그것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긴 여정의 결실이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은 불가능해 보였던 도약을 이뤄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발전을 이뤘고 민주주의의 길을 착실히 걸었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 우리는 세계와 소통하는 독보적인 힘을 갖추게 됐다. K-팝, K-드라마, K-푸드, 한글, 영화 등 한국 문화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문화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김구 선생님께서는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가 꿈꾸던 `문화의 힘`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이 문화는 단지 수출 품목이 아닌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정체성 그 자체이며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발전은 단순한 기술과 자본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름 모를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정신을 단지 기억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그것을 계승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다.
대구지방보훈청은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5월 3일 두류공원 2·28자유광장에서 열린 `815인 광복 콘서트`는 지역민과 함께 광복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시민 815명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져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으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또한 대구 도시철도 3호선에서는 광복절 한 달 전부터 한 달간 `보훈 테마열차`가 운행돼 시민들에게 광복과 보훈의 의미를 일상 속에서 느끼게 했다. 국채보상운동 등 대구의 항일 정신을 담은 디자인으로 꾸며진 이 열차는 역사 교육과 시민 참여를 동시에 이끌어 내는 이동식 기념관 역할을 했다.
이처럼 대구 곳곳에서 펼쳐진 광복 80주년 기념사업들은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미래세대로의 역사 계승과 시민 의식 고양에 큰 의미가 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진 소중한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이 여름, 대구의 햇살 아래에서 다시금 생각해본다. 우리가 걸어온 길, 우리가 잃었다 되찾은 이름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선열들의 뜨거운 숨결이 스며 있는 이 땅에서,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 그것은 지금 우리 모두의 질문이며 과제다.
오늘 하루 도시를 비추는 이 여름 햇살처럼 우리의 기억도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닿기를 바란다. 역사는 기록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기억하고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을 통해 비로소 이어진다. 우리가 그러하듯 우리의 다음 세대도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