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공식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동맹을 압박하는 방식의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동안 잠잠했던 `자체 핵 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주한미군은 "미국은 대한민국 방위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차기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해 철통같은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길 기대한다.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이 해당 보도를 신속히 부인했지만 이 사안은 미국이 방어지침 개정을 통해 대북 억지에 초점이 맞춰진 `대중 견제`라는 새로운 내용을 부여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 불거진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주한미군에 `어떤 변화`를 주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핵 무장론, 핵 자강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 방안이 미국의 안보 리스크에 대응하는 가장 궁극적인 방안이라고 이야기한다. `핵 우산`으로 불리는 미국의 확장 억제가 약화된다면 북한과의 핵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리의 핵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여론의 반향도 결코 무시할 순 없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55%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에 찬성했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뿐 아니라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한 신뢰 저하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의 독자 핵 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에 해당하며 미국과 충분한 협의 또는 협상 없이 무리하게 독자 핵 무장을 추진하면 미국이 압박 차원에서 확장억제 정책을 빠르게 약화시키거나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전방위적인 협력 중단이나 제재가 가해지는 등의 타격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감축 혹은 역할 변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리스크 관련 정책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직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관세 협상과 안보 관련 협상을 병행하며 한 사안을 다른 사안의 협상 지렛대로 삼을 개연성이 있다.
차기 정부의 핵 관련 기조에 따라 미국의 압박 강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기조와 여론의 움직임은 다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자체 핵 무장론은 북한의 위협이나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불신이 커질 때마다 부상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번 주한미군 감축설 역시 미국의 대(對)한반도 방위 공약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핵 무장을 주장하는 여론이 더 확장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그 때문에 여론 관리를 위해서라도 새 정부가 미국과의 소통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센터장은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핵심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한 신뢰 회복에 주력하는 것"이라며 "한미 동맹이 공고해야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안보 협력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문제, 주한미군 관련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 일부 국내 세력의 반미 정서와 맞물려 안보 정책의 혼선을 초래해 차기 정부에 상당한 외교·안보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