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잎들과 울긋불긋 꽃들이 더위를 타는 5월의 도시를 위로하고 있다. 탐욕과 개발을 쫓은 도시화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으며 인간을 위압하고 있다. 더 많이 더 편리를 위해 아스팔트와 주차 공간을 택하며 인공 조형미로 위로 삼는다. 그렇게 도시는 넓어져 가지만 마음은 비좁고 거칠어져만 간다. 바쁜 일상에 계절 변화를 느낄 여유조차 빼앗기고 이웃 얼굴조차 모르는 삶에 익숙하다.  와중에 주목되지 못하는 도시의 틈, 그 무심한 공백에서 달서구는 스스로 묻는다. "자연을 되살리고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을 다시 잇는 방법은 없을까?". 무심히 스친 공간들, 주목하지 않는 자투리땅과 잡초 무성한 화단, 담장 밑 공터에 가능성의 씨앗이 묻혀 있었다.  바로 `희망 꽃 정원`이다. 취약계층 밀집 주거지인 영구임대아파트는 달서구가 대구 전체 16개 단지 1만9156세대 중 6개 단지 1만80세대 보유로 절대적 비중(52.6%)을 가진다.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 등이 대부분인 복합 취약계층 거주지여서 1인 가구 비율이 77%이다. 이곳에는 이웃 간 단절, 고독사, 복지 사각지대 발생 등 다양한 사회 문제 우려 속에 노후화된 복지관 외 화단·쉼터 같은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하다.  달서구는 올해 봄 그런 공간에 주거환경 개선과 정서 안정, 공동체 가치 회복을 꿈꿔본다. 주민과 봉사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6개 단지의 방치된 유휴지와 자투리 공간에 꽃과 관목을 심기 시작했다. 첫해 4만5700주의 맥문동, 꽃무릇, 영산홍 같은 식물들이 각 단지 제자리로 찾아갔다.  이런 꽃 정원 탄생은 달서구와 LH 대구경북지역본부, 대구도시개발공사, 주택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 그리고 6개 종합사회복지관, 달서구자원봉사센터, 달서시니어클럽 등 16개 기관의 `그린파트너스` 협약의 결과다. 이는 단순 꽃·관목류 식재를 넘어 도시화의 그늘, 기후 위기, 그리고 정서적 고립감 해소, 공동체 의식 함양이라는 복합목적을 노린 녹색 복지의 실현이다.  정원조성의 주체인 주민들이 함께 흙을 고르고 모종을 심고 물을 주는 과정에서 묵은 침묵은 걷어지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기 시작했다. 정원의 탄생은 이웃 간 대화의 회복이자 따뜻한 이웃 정을 확인하고 나누는 공동체의 부활이다. 정원의 유지·관리는 단지별로 배치된 노인 일자리 참여 어르신과 동네 봉사단체 주민들의 손길로 급수, 비료 살포, 가지치기, 생육 점검 등에 소통의 생기가 넘친다. 어르신들은 경제적 도움을 넘어 자신의 역할 보람과 이웃과 함께하는 자긍심과 존재감을 확인해 가고 있다.  주민 스스로 가꾸는 영구임대아파트 `희망 꽃 정원`은 공동체에 대한 애착심을 불러일으키며 번갈아 돌보는 공동 꽃동산으로 자리매김해 갈 것이다. 향후 노란 개나리, 붉은 영산홍과 흰 철쭉, 보랏빛 맥문동, 주황빛 꽃무릇 들이 철 따라 연출할 감동에 설렌다.  `희망 꽃 정원`은 환경 개선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회복, 자발적인 참여 문화확산, 정서적 안정을 통해 회복될 공동체의 가치를 녹여갈 것이다. 영구임대아파트의 품격을 높여주는 꽃 정원문화가 골목을 넘어 도시 전역으로 널리 전파되길 기대한다. 공동체에 맑은 의지를 함께 심으면 행복이 답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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