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22개월 만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한우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료비 상승에 한우 가격은 내려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가축 전염병까지 덮쳤다.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전남에서는 지난 13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 이후 현재까지(18일 기준) 발생 농가 수가 10곳(영암 9곳, 무안 1곳)으로 늘 정도로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구제역이 확산하면 안으로는 소비 심리 위축을, 밖으로는 한우 수출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가축 살처분으로 야기될 사회적 비용도 문제다.
방역 당국은 백신 일제 접종을 앞당기는 등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9일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18일 기준) 전남 영암군에서 9건, 무안군에서 1건 등 총 10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23년 5월 이후 22개월여 만이다. 특히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불리는 전남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1934년 이후 처음이다.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13일 영암군의 한 농가에서 첫 구제역 양성이 확인된 이후 전파 농가는 불과 6일 만에 10곳으로 늘었다.
중수본은 이번 주를 구제역 확산의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중수본은 전염병 차단을 위해 해당 농장들에서 사육 중인 소 334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구제역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방역 당국은 전남도 내의 구제역이 퍼져있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감염 원인을 찾기 위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역본부의 유전자 검사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은 지난 2021년 발병한 몽골형으로 확인됐다. 다만 어떻게 유입됐고 전파됐는지 정확한 원인과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추가 발생에 대한 우려도 지속된다.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던 2010년 겨울~2011년 봄에는 348만마리에 육박하는 가축을 살처분했었다.
만약 구제역이 전국 확산으로 번질 경우에는 한우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 구제역 발생 이후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지 못해 소고기 수출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하지만 개별 검역 협상을 통해 일부 국가에 소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홍콩, 캄보디아, 마카오,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5개국에 소고기 49.1t을 수출했다.
구제역 발생으로 호남 최대 시설로 꼽히는 나주축산물공판장에서 도축된 한우의 홍콩 수출이 중단되는 등 일부 수출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로서는 한우 수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더라도 발생지역 또는 농장을 제외하고는 수출이 가능하도록 검역 협상이 체결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하면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한우 소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미 농가들은 소비 침체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 2021년 8만9824곳에 달했던 한우농장은 2024년 7만8474곳으로 12.64%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30개월 이상 소도 수출할 수 있게 월령 제한을 풀라고 압박하면서 국내 한우농가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내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 철폐 조치마저 시행된다면 한우농가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가뜩이나 얼어붙은 민생경제로 내수시장이 무너져 있으며 한우농가의 경우 4년째 적자에 허덕이며 한계점에 내몰려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