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그동안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지명하며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 보호 의지`, `헌법 관련 전문적 법률 지식과 합리적 판단력`,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도덕성` 등 인선 기준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28일과 29일 연이어 열린 김형두(58·사법연수원 19기) 후보자와 정정미(54·사법연수원 25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앞서 열거된 자격들 가운데 무엇 하나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후보자가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등 재판관으로서의 자질을 확인하는 자리다.    그러나 청문회장에 선 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아픈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자녀의 자폐 진단으로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설명했다.  다음 날 진행된 정 후보자의 모두발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유년시절 부모님이 파산으로 노점상을 했고 쌀이 부족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그 후에도 가족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다.    고난을 딛고 헌법재판관 후보자까지 오른 것은 물론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역경 극복이 곧바로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입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청문회 과정에서 두 사람은 헌법재판관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을까.    적어도 자신의 과거 고단함을 공들여 설명하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다.    김 후보자는 현안 질문에 "청문회 준비를 하느라 못 봐서", 사건에 대한 질문은 "구체적 사실관계를 몰라서"라는 이유를 대며 대다수의 답변을 피해 나갔다.    두 가지로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나오자 종국에는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변까지 나왔다.    여느 청문회에서 보기 힘든 쉽고 편한 대답이다.    정 후보자도 소극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질문에도 저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하지 말고 본인 의견을 좀 말하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에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능력 부족 등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소양과 자질에 대한 일부 우려`, 정 후보자의 보고서에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철학과 식견 부족`이라는 의견이 적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30일 채택됐다.    후보자들은 곧 헌법재판관이 된다.    "수십년간 열심히 일했는데 사람들은 나의 어려웠던 과거만이 훌륭한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속상해했다던 모 법조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은 생각이 좀 달랐던 듯 하다.    후보자들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어려움 외에는 특별히 더 보여준 것이 없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는 훌륭한 헌법 해석과 결정으로 헌법재판관의 자격과 자질이 충분함을 증명해 주길 기대한다.    만약 입증하지 못한다면 새 헌법재판관들은 어려운 과거만이 훌륭한 사람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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