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호(湖)에 면한 위스콘신주의 도시, 아메리카 원주민 말로 `좋은 땅`이라는 뜻이다.  내 인생에서 `밀워키`를 처음 만난 것은 프로야구를 통해서다.  1982년 개막한 프로야구에서 원년 우승팀은 OB 베어스.  현재의 두산 베어스다.  KBO리그 첫해 MVP가 투수 박철순이다.  박철순은 1982년 역사적인 프로야구 첫해에 여러 가지 진기록을 남겼는데 그중에서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 22연승이다.  야구장에서 박철순의 모든 행동은 주목받았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최초의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박철순은 밀워키 브루워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1980~1981년 1년을 뛰었다.  하지만 `빅 리그`의 마운드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채 돌아왔다.  비록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하진 못했지만 그가 야구장에서 보여준 모든 움직임은 곧 선진 야구의 아우라로 비쳤다.  나는 그렇게 박철순으로 인해 `밀워키 브루어스`라는 메이저리그 팀을 알게 됐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1969년에 창단돼 1970년부터 MLB 아메리칸 리그에 참여했다.  신생 약체팀이다 보니 당시 한국의 박철순에게까지 기회가 주어졌으리라.  내가 맥주를 좋아했다면 밀워키 브루어스(Brewers)에서 밀러(Miller) 맥주로 자연스럽게 관심과 기호가 옮겨갔을지도 모른다.  프로야구팀 이름에 `맥주 양조회사들`이라니?  밀워키의 주류 민족은 독일계다.  백인 44.8%, 아프리카계 40%, 아시안 3.5%. 이중 백인을 다시 출신지별로 세분하면 독일계 20.8%, 폴란드계 8.8%, 아일랜드계 6.5%, 이탈리아계 3.6% 순이다.  이러한 비율은 미국 전체로 확대해도 비슷하다.  19세기 들어 대서양을 건너온 독일인들이 미대륙 중앙부로 흘러 들어갔다.  미국 동부 지방은 이미 영국계와 아일랜드계가 차지하고 있어 후발 이민자들이 독자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기가 힘들었다.  이들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의 용병으로 참전했다가 중앙부에 눌러앉은 독일계의 연고지를 찾아 내륙으로 찾아들었다.  맥주의 천국에서 신대륙에 온 독일인들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은 맥주 제조였다.  이들은 본국에서 배운 맥주제조 기술을 미국 땅에서 다시 꽃피우려 했다.  비옥한 미국 중부 지방은 맥주의 원료인 호프(hops)를 재배하는 데 천혜의 환경이었다.  유럽산 호프씨를 들판에 뿌려놓기만 하면 저절로 자라 열매를 맺었다.  맥주는 호프의 성숙한 암꽃이삭으로 제조한다.  무궁무진한 질 좋고 값싼 원료를 바탕으로 1840년대부터 본격적인 맥주 제조가 시작됐다.  1856년까지 12개의 맥주 회사가 밀워키에서 미국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밀워키산 맥주가 기차에 실려 미국 동부로 퍼져나갔다.  밀워키는 1981년까지 세계 최대의 맥주 양조 능력을 자랑했다.  세계 최대의 브루어리(양조장)가 네개나 됐다.  밀러, 팝스트, 쉴리츠, 블라츠.  밀워키는 곧 독일 맥주의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였다.  이들 `빅 4` 중 세월의 부침 속에서 살아남은 것이 밀러(Miller)였다.  밀러 맥주는 옥수수맛이 혀끝에서 미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옥수수를 발효과정에 혼합해 밀워키 맥주 고유의 향을 얻었다.  밀러는 생산량에서 미국에서 2번째다.  그러니 밀워키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에 `브루어스`가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홈구장 이름이 밀러 파크(Miller par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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