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청소년(18세 이하) 핸드볼대표팀이 제5회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5위의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오세일(47)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한국시간) 마케도니아 오흐리드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대회 5~6위 순위결정전에서 33-27로 승리, 최종순위 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2006년 초대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최고 성적이다. 순위는 5위지만 경기력과 꺾은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8승1패를 기록했다. 독일과의 8강전에서 단 한 번 졌다. 지난해 부임한 오 감독 체제에서 19승1패.한국이 꺾은 국가들은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 우승팀 스웨덴, 2012년 이 대회 준우승팀 러시아를 비롯해 브라질, 네덜란드 등 강호들이다.키가 크고, 힘이 좋은 유럽 선수들과 대등한 싸움을 펼쳤다. 피봇 강은혜(18·구리여고)는 오히려 압도했다.유소정(18·의정부여고)은 언니들과 함께 했던 주니어(20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팀의 주요 골잡이로 활약했고, 막내인 골키퍼 박조은(16·정신여고)은 차세대 주자다운 선방으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레프트윙 김성은(17·인천비즈니스고)도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서 오 감독의 고민을 덜어줬다. 이번 대회에서는 부진했지만 박준희(18·천안공고) 역시 촉망받는 라이트백이다.한국은 앞서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여자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대한핸드볼협회는 내심 청소년대회까지 기대했다. 주니어대회가 열리기 전만 해도 오히려 주니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독일과의 8강전에서 이상할 정도로 집단적인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게 아쉬운 대목이다. 토너먼트의 성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위기관리능력에서 허점을 보인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었다.그러나 아기자기한 플레이로 유럽 선수들을 따돌리는 한국의 전술에 많은 관중들이 환호했다. 오히려 유럽 선수들이 주눅이 든 상태로 경기에 임했을 정도. 오 감독은 "우리 아이들이 체력과 신체적으로 많이 밀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러시아를 비롯해 1~2개국 정도를 제외하면 그렇게 밀리지 않았다"며 "이대로 주니어와 시니어 무대까지 잘 성장했으면 한다"고 했다.우승을 차지한 주니어대표팀과 이번 청소년대표팀이 함께 `황금세대`를 이룰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국제 핸드볼계도 주목하고 있다. 미구엘 로카 국제핸드볼연맹(IHF) 상임이사는 한국의 주니어대회 우승에 대해 "한국의 우승은 전혀 놀랍지 않다. 한국은 원래 실력이 있는 팀이다"고 했다.주니어대회에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이효진(20·경남개발공사)과 피봇 부문 베스트7에 뽑힌 원선필(20·인천시청) 등은 또래에서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가지고 있다. 허유진(20·광주도시공사)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살림꾼이다.이들은 SK그룹이 핸드볼에 적극적인 지원을 시작한 2008년을 전후에 운동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협회 관계자는 "지금 어린 선수들은 과거 선배들과 달리 철저한 시스템 하에서 큰 부족함 없이 지원을 받으며 운동을 한 선수들이다"고 했다. 체계적으로 키운 자원들이다.지금 주니어와 청소년의 주축 선수들이 김온아(26), 류은희(24) 등 선배들과 함께 성인대표팀 일원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게 핸드볼계의 반응이다.김진수(59) 단장은 "김온아, 류은희 아래에 20대 초반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과 지금 주니어·청소년 선수들이 조화를 잘 이룬다면 과거 선배들이 들을 때, 서운할지 몰라도 아마도 역대 가장 좋은 선수 구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협회는 2020도쿄올림픽을 목표로 핸드볼 중장기 전략인 `비전2020`을 실천하고 있다.오 감독은 "세계 최고를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 선수들이 함께 잘 커준다면 정말 어떤 유럽 국가들과도 해볼 만한 전력이 될 것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2012런던올림픽에서 4위에 올라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여자 핸드볼은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2위에 머물러 주춤했다.주니어대표팀의 우승과 청소년대표팀의 선전이 꺼져가던 여자 핸드볼의 불씨를 다시 살렸다는 목소리가 많다.5일 귀국하는 청소년대표팀은 이달 16일부터 중국 난징에서 시작하는 2014유스올림픽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