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후 37년 만에 1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이다.  올해도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깊은 고민 대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실상 정부를 대변하는 공익위원들이 노사 양측 눈치를 보며 어중간한 선에서 타협하는 일이 반복됐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은 어제 새벽까지 회의를 열어 노사가 내놓은 2개 수정안을 놓고 표결해 사용자 측 안인 1.7% 인상을 결정했다. 27명의 위원 중 민노총 측 위원 4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내년 인상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1.5%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낮은 상승폭이다.  물가상승률에 못 미친 인상폭에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한다.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 자영업자들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원이 무너졌다며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최근 들어 최저임금이 계속 최저임금위 위원들의 표결방식으로 결정되면서 일각에선 `흥정식` 결정방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제도 개편에 대한 언급은 해마다 꾸준히 나오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공익위원들이 중재를 위해 제시하는 `심의 촉진 구간`의 설정 기준이 해마다 달라진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제시한 구간은 `2023년 1~4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300인 미만 사업체 전체 노동자의 임금총액 상승률(2.1%)을 근거로 하한선을 설정했다. 상한선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3.4%)와 생계비 개선분(2.1%)을 더해 5.5% 인상한 금액으로 산출했다. 2022년에는 당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4.5%)에서 2021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1.8%)를 빼 연도별 차이를 보정하는 방식으로 하한선(9410원)을 설정했다. 상한선(9680원)은 2021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중위수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4.5%)를 반영했다.  이처럼 공익위원들이 해마다 다른 기준으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최저임금액이 4년 연속 결정되면서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산출방식 등 최저임금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식음료, 숙박 등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차등화는 표결 끝에 올해도 무산됐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과 영세기업, 자영업자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근로자보다 더 힘들게 기업을 운영하며 생활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잖아도 업황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데 최저임금을 올리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업종이나 기업 규모별로 차등을 둬야 합리적인데 지난 회의에서 무산됐듯이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 근로자들이 일하기를 꺼리는 직종에서 종사하는 외국인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주로 음식·숙박업 근로자들이다.  올해는 무산됐지만 차등적용은 내년에는 통과시켜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일률적인 임금차등으로 봐선 안 된다. 외국인들이 받는 최저임금은 자국 가치로 환산하면 고임금이기 때문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차등제를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으로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가앙등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도 고려해야 하지만 주로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생각해야 한다.  양대 노총 근로자 중에 최저임금을 받는 내국인의 비율이 얼마인지 따져 보라.  현재의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과도하고 급격한 인상책을 시행한 탓이 크다. 후유증이 지금까지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형편은 안중에도 없이 막무가내로 말도 안 되는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는 외눈박이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를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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