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로 접어든 의정갈등이 해결은 커녕 더 꼬여가는 모양새다.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줄줄이 예고된 데다 환자들은 의사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등 충돌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간 간격은 더 멀어지는 양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안암·구로·안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12일부터, 소속 교수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 든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는 26일부터 각각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에 이어 이들은 각각 3번째(고려대의대·의료원 교수들), 4번째(충북대병원·의대 교수들) 무기한 휴진 결정이다. 이들 모두 교수 자발적 판단에 따라 동참하고 응급, 중증 등 필수 분야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산병원 등에 소속된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 역시 소속 교수들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한다. 이후 휴진 연장 기간은 정부 정책에 따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반대로 정부의 협상 태도를 지켜본 뒤 휴진 종료 시점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오는 26일 의사 전 직역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자는 점에 합의했다. 휴진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토론회에 참여하려는 의대 교수나 개원의 등은 진료 일정을 각자 조정해야 한다.
이들은 공통으로 "정부가 아무런 근거 없이 2000명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사실이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드러났다"면서 "이번 휴진은 본인들의 미래를 걸고 싸우는 전공의·의대생과 함께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한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전공의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며 전공의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가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고 지난달이 아닌 2월 기준으로 전공의 사직을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임 비대위원장은 "의대증원으로 불거진 의대생 집단 휴학·전공의 집단사직 관련 총체적 문제들을 항의하려 한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일방적 의대증원, 전공의 집단행동 유도 등 잘못된 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에 항거하고자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휴진이 얼마나 파급력 클지는 미지수다. 앞선 지난달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5일 만인 21일 중단을 선언했다. 성모병원 등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 삼성병원 등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무기한 휴진을 유예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아산병원 교수들이 휴진에 돌입하는 날이기도 한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 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연다.
환자들은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처럼 이제 환자 생명은 환자와 환자 가족이 지키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환자들의 목소리를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국회에 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대 교수 등 의료계에 형식, 의제에 구애 없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면서 "2025학년도 의대증원의 경우 그 절차가 이미 마무리된 만큼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다만 사태 수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조만간 미복귀 전공의의 마음을 돌릴 만한 묘책을 결정해 이르면 같은날 브리핑에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