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9일 집단 휴진을 선포했다.
이날 의협은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에 관한 회원 투표 결과를 공개한 뒤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총 유권자 11만1861명 가운데 7만800명이 투표에 참여해 63.3%의 투표율을 보였다.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90.6%가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냐`는 질문에는 73.5%가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의협은 오는 18일 전면 휴진에 들어가고 총궐기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해 파업한 이후 의사들의 4번째 집단행동이다.
앞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개 대학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의협 방침에 따르기로 결의해 의료계 집단행동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대증원 확정 이후 의료공백 사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되레 의정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의대 증원방침에서 시작된 의정(醫政)갈등에서 의사들이 전 국민 목숨을 담보로 정부와 맞서는 형국이 된 것이다.
정부는 2천명 증원이라는 당초 방침에서 한 걸음 물러선 수준으로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했다. 또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해서도 국민 법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배려를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계를 끝까지 설득하고 의료공백 최소화에 전력을 쏟겠다"고 공언했다. 복귀 전공의에 대한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불안감 해소에는 역부족이었다.
진료 파행이 중소형 병원으로까지 번지지 않을지 환자와 보호자들은 노심초사다. 그런데도 의사 단체는 더욱 강한 집단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의사는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 존중받아 왔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더라도 인정한다.
하지만 의정갈등 과정에서 의사들은 생명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이 침해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이익집단으로 비치게 처신했다.
이에 적지 않은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서울대는 의료 현장을 떠난 의대 교수들을 즉각 해직하고 양심적인 의사들로 새롭게 교수진을 꾸리라"는 성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계 집단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불안을 헤아려 본다면 휴진은 내릴 수 없는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환자 생명이야 어찌되든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를 보여주고 있어 실망감이 크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허울 뿐이었나.
정부와 의사 중 누구 주장이 옳으냐를 떠나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다.
환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면 여론은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다. 의사들의 진지한 성찰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