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쉬인을 필두로 한 C커머스의 침공으로 국내 기업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과거 사드 보복 사태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도 있지만 무형자산에 대한 피해도 극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표권과 같은 지식재산권(IP) 침해다. 유사 브랜드를 만들어 영업하거나 현지에서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방식이다. 상표권 도용 및 침해는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거나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상표 무단 선점 피해가 의심되는 해외 기업 수는 지난 2014년 57개 사에서 2018년 1664개 사, 2020년 2753개 사로 늘었다.
한국 브랜드의 경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자·전기 2348건, 외식 프랜차이즈 2288건 등 총 1만4132건의 상표권 무단 선점으로 인해 사실상 도용 피해를 봤다.
LG전자, 설빙, 파리바게뜨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디저트 카페 프랜차이즈 설빙은 중국 기업과 상표 도용으로 법정 대응을 벌인 끝에 7년 만인 지난 2021년 승소했다. 중국 기업은 `설빙원소`라는 상표권으로 수백여곳에서 점포 영업을 해왔다.
중국 상표평심위원회는 "정상적인 상표 등록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중국 기업의 상표 도용을 인정하며 설빙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상표 도용 및 침해 피해를 겪은 것은 설빙뿐만이 아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바리바게뜨`, 네이처리퍼블릭은 `네이처 리턴` 등 `짝퉁` 브랜드로 몸살을 앓았다.
K-컬처 열풍으로 한국 브랜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에서 한국 기업 상표를 선점 및 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해 2019~2022년 중국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한국 기업의 상표 침해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피해가 큰 분야는 화장품으로 18.7%를 차지했다. 이어 전자기기 15.3%, 의류 15.1%, 프랜차이즈 13.2%, 식품 7.6% 순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지난 2021년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 4개 기업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한 중국 식품회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 승소하기도 했다.
패션업계도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다가 위조 상품으로 피해를 본 경우가 다수다. 지난해 특허청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중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패션 브랜드 위조 상품 실태조사를 실시해 중국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위조 상품 보관창고를 적발하고 6155점의 위조 상품을 압수 조치했다.
중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더라도 쉽게 손을 쓸 수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중국 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한국 기업의 경우 애로사항이 있어도 이슈가 언급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다. 중국 업체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더라도 눈치를 보거나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