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에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면서 대러 관계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중 패권 다툼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 구도로 확대되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전략성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미국을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가는 상황에서 필요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과는 차이를 보인다. 또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 등은 이미 충족된 것으로 보고 한국의 무기 지원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20일에는 러시아 외무부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게 되면 한반도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또한 양국 관계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야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19일) 국회 브리핑에서 "오랜 세월 지켜온 분쟁지역 살상 무기 공급 불가의 외교 원칙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냐"며 "아마추어보다 못한 외교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러시아가 반발한 것에 대해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한러 관계를 고려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과 함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의 사안이 발생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는 우리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와의 협력은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윤 대통령 발언이 보도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리나라에 무기 지원을 요구해 왔다. 최근 미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도·감청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압박이 수면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탄약 비축 물량을 보유하고 있고 탄약 생산능력도 엄청나다.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필요한 단 한가지가 있다면 탄약"이라며 한국이 우회 방식으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획기적인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사,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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