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률에 근거해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의무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적극재정`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지출되는 예산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발표하는 2026년도 예산안에 구직급여(실업급여) 기준 강화, 교육세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분배 조정 등 의무지출 제도 개편안을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3일 개최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2조원 규모의 의무지출 구조조정을 포함한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
먼저 정부는 실업급여 제도를 손볼 예정이다. 구직급여의 재원은 노사가 함께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이 중심이지만 재정 상황에 따라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이 투입되도록 법에 명시가 된 의무지출 항목이다. 특히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사실상 고갈된 상황에서 예산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실업급여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단기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급여를 수령하거나 수급 기간 중 소득을 은닉하는 등의 부정수급 행태를 근절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실제 실업급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부정수급 액수는 지난 2022년 268억100만원에서 2024년 322억4300만원으로 20.3%(54억4200만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단기간 반복 수급 시 급여액을 대폭 삭감하는 등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5년 이내 3회 이상 실업급여를 수급한 경우 일부 급여를 감액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소득 인정 기준` 강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 기간 중 플랫폼 노동이나 프리랜서, 초단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숨은 소득`을 올리는 부정수급 사례를 차단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교육세를 재원으로 한 교육교부금 배분 체계에도 칼을 댄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를 반영해 교육세 내에서 교육교부금 배정 비율을 줄이고 대학 등 고등교육 부문에 투입하는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에 나선다.
현행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되며 학생 수와 무관하게 세수 상황에 따라 규모가 결정된다.
이 중 교육세 재원은 누리과정을 지원하는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유특회계)에 우선 배분된 뒤 남은 금액을 대학 지원 목적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와 초·중·고교 몫인 교육교부금이 절반씩 나눠 갖는다.
정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유특·고특회계를 연장하는 대신 법 개정을 통해 배분 비율을 조정해 고특회계의 몫을 늘릴 계획이다. 저출산으로 초·중·고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법에 따라 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감안해 대학교육으로 투입되는 비중을 늘려 재정을 효율화한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른 후속 조치 차원이기도 하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에 금융사의 수익 금액 1조원 초과분에 적용하는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0%로 두 배 인상하는 교육세법 개정안을 담은 바 있다.
정부가 의무지출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악화되는 재정 상황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다만 이번 개편을 통한 재정 절감 효과는 2조원 수준에 그쳐 본격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