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도로가 꺼지면서 달리던 차량이 빠지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땅 꺼짐` 사고가 전국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국적으로 1700건 이상의 싱크홀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어 구멍이 생기거나 상·하수관로의 손상으로 인한 누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땅을 파헤치고 공사를 벌이면서 방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한폭탄이나 살얼음판 위에서 사는 듯한 시민들의 공포를 제거할 전문 검사장비 투입 등 사고 예방책이 대폭 강화돼야 할 시점이다.
노후 상하수도관, 무분별한 지하개발, 지하수 유출,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호우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싱크홀 발생 가능성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도 지하 인프라에 대한 관리는 선제적 대응이 아닌 사고 이후 보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전문가들은 상수관망의 누수와 지반 침하 연계성, 하수관 결함이 도로 함몰로 직결되는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작용하는 누수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관리체계는 이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대응할 능력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결국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먼저 지하 인프라에 대한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밀 조사와 진단 매뉴얼의 고도화는 물론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 기술 도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또한 스마트 센서를 활용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사고 발생 이전에 징후를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한 사후 복구가 아닌, 사전 예측과 예방이 도시 안전의 중심이 돼야 한다.
아울러 정책 수립과 사고 조사 과정에 상하수도와 지반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가 배제된 상태에서는 정교한 원인 분석과 실질적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통합적이고 전문성 있는 대응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정보 공유와 대응체계 연계도 정비돼야 한다. 도시 지하 공간은 행정구역을 가리지 않고 확장되고 있으며 개별 지자체의 예산과 기술력만으로는 광역적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 국가는 지하 인프라 관리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하 안전은 도시 지속가능성의 핵심 기준이다. 과학과 데이터,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싱크홀과 같은 도심 지반 재해는 더 이상 불가항력이 아닌 기후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 가능한 위험으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지하 공사가 잦은 우리나라는 싱크홀 발생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 탐사 장비와 전문인력을 확충해 주기적인 지반 조사를 하는 등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