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팬데믹 이후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였던 자영업자 수가 3년 만에 감소해 코로나19 수준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국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으로 소비 여건이 크게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아 자영업자 감소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65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0.6%(3만2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21년(551만3000명) 이후 3년 만이다.
연도별 자영업자 수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590만명), 1998년(561만명),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600만명), 2009년(574만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수는 2009년 이후 560만~570만명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550만명대로 줄었다. 이후 2022~2023년에는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영업자 감소는 주로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3만2000명으로 전년(142만명)보다 1만2000명 늘어났지만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2만5000명으로 전년(426만9000명) 대비 4만4000명 줄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8년(165만1000명) 이후 5년간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증가세가 꺾였다.
지난해 연간 추이를 보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10월 577만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3개월 만에 26만9000명이 줄었다. 겨울철 일을 쉬는 농림어업인이 자영업자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더라도 3년 만에 자영업자가 감소한 원인으로는 내수 침체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가 지목된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391만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1년 1분기(1.6%)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내수 부진을 반영한 결과다. 또한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도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매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2%가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평균 감소 폭은 12.8%였으며, 순이익이 줄었다는 응답도 72.0%에 달했다.
매출 감소로 인해 빚을 진 자영업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 총액은 1122조7919억원에 달했다. 그중 3개월 이상 연체 사업자는 15만5060명으로 전년보다 4만204명 늘었다. 연체된 부채 규모는 30조7248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804억원 증가했다.
내수 부진 장기화에 따라 올해도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기존 1.8%에서 1.6%로 0.2%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자영업자의 61.2%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순이익 감소를 전망한 자영업자는 62.2%에 달했다. 이들 중 43.6%는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매출 감소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이자 감면이나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지원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소비 바우처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