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의 대형 마트. 진열대 한편에 처음 보는 과일 하나가 놓였다. 눈에 띄게 노란색이고 타국 과일치곤 낯설지 않은 외형. 성주참외였다.
단순한 진출이 아니다. 대한민국 농산물이, 그 중에서도 지방의 한 품종이 세계 시장의 문을 실질적으로 두드린 첫 사례다. 그것도 17년의 기다림 끝에.
성주참외는 더 이상 지역 명물에 머물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23t이 베트남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됐다. 단발성 수출이 아니라 지속성과 확장성을 품은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의 배경에는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
현지 유통과 문화 분석, 노란색 과일을 선호하는 베트남의 풍습에 맞춘 브랜딩, 응우옌 왕조 인사를 초청해 이뤄낸 고급 이미지 부각까지. 성주는 그동안 농산물 수출이 왜 성공하기 어려웠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성주참외가 `글로벌 과일`로 자리매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수출국가를 다양화해야 한다. 아시아에 편중된 구조를 넘어서 북미와 유럽, 중동으로의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의 식문화와 유통 구조를 면밀히 분석한 전략이 따라야 한다. 품질 유지는 또 하나의 관건이다. 참외는 생과일 중에서도 유통이 어려운 편이다. 포장 기술과 저장 시스템의 고도화 없이는 장거리 운송 자체가 리스크다.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선 `처음 먹은 그 맛`이 곧 브랜드의 이미지다. 이 지점을 놓치면 재구매는 없다.
또 하나는 마케팅이다. 품질만큼 중요한 건 메시지다. 참외는 여전히 세계에서 낯선 과일이다. `왜 이걸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식행사, SNS 노출,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까지 현지인의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마케팅이 뒤따라야 한다.
성주참외의 세계화는 성주만의 일이 아니다.
지역 특산물 하나가 어떻게 세계에 뿌리내리는지를 보여주는 테스트베드이자 대한민국 농업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바뀌었고 유통도 바뀌었다.
이제는 농산물도 `글로벌 기획상품`이 되는 시대다. K-팝, K-뷰티, K-컬쳐에 이은 K-푸드가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 우리 성주참외와 같은 특산물이 전세계인들의 입맛을 잡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좋은 과일을 어떻게 세계가 선택하게 만들 것인가".
성주참외는 그 질문에 답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