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도체 기업에 직접 정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이번 회기 국회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법엔 업계의 숙원이자 최대 쟁점이었던 보조금 지급 근거와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규제 예외 조항이 전격적으로 포함됐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업황이 밝지 않은 데 따른 당정의 위기감이 특별법에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다. 대표 발의자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이다.
이번 국회 들어 국민의힘에선 고동진, 송석준, 박수영 의원이 각각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그간 이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하나로 통합하는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의견을 조율해 왔다.
특별법엔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근거가 담겼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그간 보조금 지급 명문화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는데 논의 끝에 담기로 했다.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필요성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고동진 의원이 강조해 온 내용이기도 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대만의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8조원을 투자했는데 일본 정부에서 4조원을 지원한 것으로 안다"며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인센티브가 되고 있으니 우리도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특별법에 담긴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이들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다.
미국의 경우 연봉 10만달러 이상의 사무직 근로자에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업무 성과를 토대로 추가 급여를 지급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도체혁신지원단을 설치할 근거가 포함됐다. 반도체 보조금과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반도체 업계의 숙원과도 같은 조항들이다. 각각 대기업 특혜 논란과 노조의 반대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당정은 특별법에 모두 포함시켰다.
당정의 전격 합의 배경으로는 불확실한 반도체 업황이 꼽힌다. 지난 9월 기준 반도체 생산 증가세가 14개월 만에 꺾이는 등 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유럽·인도까지 공장 건설 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원해 반도체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말 `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회`를 출범시킨 만큼 직접 보조금에 미온적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제1호 성과물로 꼭 내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