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고물가로 온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1500억원 상당의 긴급 할인지원 방침 발표 이후 과일에 이어 채소류들도 가격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사과 소매가는 10개당 2만4818원으로 지난 15일(2만7424원)보다 11.9%, 12일(3만97원)보다 19.8% 각각 하락했다.
배 가격은 10개당 4만1551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8.4% 내렸다. 사과와 배 가격은 평년과 근접한 수준까지 하락세를 기록했다. 평년(2만2666원, 3만7109원)보다 6.5%, 12.0% 높은 가격으로 사과는 지난 7일(3만877원), 배는 이달 15일(4만5381원) 각각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연일 하락세다.
이런 하락세는 채소류에서도 잇따라 관측되고 있다. 오이(취청) 소매가는 10개당 1만6400원으로 지난 15일(2만399원)보다 19.6%, 1주 전(2만1226원) 대비 21.0% 각각 내렸다. 전년(1만5297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청양고추(-4.6%), 토마토(-5.2%), 적상추(-9.4%), 대파(-2.8%) 등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들 품목은 최근 잦은 호우 등으로 인한 생산감소로 인해 가격이 잇따라 올랐던 품목들이었는데 전월보다 대부분 20~35%가량 떨어진 가격을 나타냈다.
이달 들어 기온 상승과 일조 시간 증가로 생육이 회복되고 출하량이 증가하며 가격이 내림세로 거래되고 있다고 aT는 분석했다. 특히 정부가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1500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할인지원 품목도 대폭 늘린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기존 204억원에서 959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또 품목별 지원 단가도 최대 2배 수준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사과는 기존 kg당 2000원에서 4000원으로, 대파는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딸기는 1600원에서 2400원으로 조정됐다. 일부 품목은 할인지원 여부에 따라 2배가량의 가격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정부의 비상 대응책으로 물가가 빠른 시일 내 안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국제 유가도 오름세다.
대내외적인 물가 불안 요소들이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가격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민생경제의 핵심은 물가다. 정부는 말로만 `특단의 조치`를 언급할 게 아니라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게 물가 안정을 위해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
생산과 소비, 유통 과정 전반에서 물가 불안을 초래하는 요소가 있는지 감시하면서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에서도 수입 비용에 비해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거나 담합 행위를 하지 않는 등 물가 안정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