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질이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젊은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라고 국어사전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속되다는 것은 대놓고 싫어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말이다.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 언어도 마찬가지다. 유행어란 그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렇다면 우리가 젊었을 때 없던 `꼰대`라는 말은 왜 생겨났을까?
경제 성장기에는 충성의 가치가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됐다. 아부문화란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문화란 그 시대의 산물인데 수직적인 사회에서 생겨난 혹부리 같은 문화가 갑질이니 꼰대니 하는 것들이다. 누군가의 먹고사는 일을 틀어쥐고 있다면 권력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 세상에는 품격 있는 인간들만 사는 게 아니지 않는가? 이제는 수평 문화의 시작이다. 더군다나 세상의 주인이 된 2~30대들은 이런 불공정을 유전자 깊숙이 거부하는 인간들이다. 경제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그들은 미래의 희망 대신 지금의 의미를 찾는 세대들이다. 불투명한 미래에다 지금 여기까지 불공정한 것은 그들에게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 변화를 마주하는 요새 아이들에게 싸가지가 없다고 말할 게 아니라 진화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비의 일생은 알이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과정이다. 알은 애당초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번데기까지 되긴 했지만 탈피하지 못한 상태가 계속되는 게 꼰대다. 번데기는 적당한 온도와 습도와 시간이 맞았을 때 탈피를 하고 젖은 날개를 비비다가 마침내 날아오른다. 20세기에 나고 자란 우리들은 21세기의 문화가 낯설고 불편하지만 새로 학습을 해야 한다. 온몸으로 체화된 사고를 바꾸기란 쉽지 않지만 21세기형 온도와 습도로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젖은 날개라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젊어도 봤고 늙어도 봤으니 여기에다 공부를 플러스시킨다면 이보다 더한 힘이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라떼`라는 과거시제만 들고 다니며 꼰대로 남을 것인가, 경험과 공부를 통해 멘토가 될 것인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우리는 우리끼리만 잘 살면 된다고 굳게 문을 닫았다가 쪼그라진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가나 개인이나 사고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열린 사고는 많은 것들이 들어와 더욱 풍성해지지만 닫힌 사고는 가지고 있는 것마저 줄어들어 쪼그라들게 만드는 게 생명의 속성이다. 세대는 세대를 통해 연결하고 진화하는 법이다. 오늘날 동네마다 카페가 화려하게 차려입고 우리를 맞이하는 것도 정확한 단계를 지나온 진화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가난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선진국은 서열이 바뀌었지만 그 안에 없던 나라가 들어가게 된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더이상 아무것도 없다. 세대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이제 공부는 평생교육이다. 노년의 시간이 길어진 우리 세대는 공부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키워내고 새로운 꽃을 피워야 한다. 책을 읽으면 젊은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멀리서도 벗이 찾아온다. 더해서 한창 경쟁에 놓여 치열하게 살아가는 내 아이들에게도 멘토가 될 수 있다. 문화란 배워서 익히는 게 아니라 몸에 체화돼 무의식에서 나온다. 무의식은 살아온 환경과 시대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없던 말이 생겨나서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는 완벽한 개인화 시대가 온다. 완전히 우리와 다른 프로그램을 장착한 이들과 싫든 좋든 함께 살아가야 한다.
꼰대니 갑질이니 하는 말은 수직적인 사회가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언어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으니 늦지 않게 우리시대의 두꺼운 껍질을 벗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 화석이 돼서 박물관에 전시될 수도 있다.
국민소득 100불 언저리에 태어나 자란 우리가 80대가 됐을 때 단언컨대 우리나라는 통일이 돼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다 보고 갈 수 있는 우리 세대는 축복이다. 그나저나 요새 아이들은 자기 세대랑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꼰대라고 한다는데 이러다가 온 국민이 꼰대화 되는 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