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게 하는 전쟁이 많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국가가 전쟁으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걸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쟁과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화재와 재난의 위협에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각종 화학물질을 통해 가공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가연성 물질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간혹 뉴스에서는 대형 화재와 사고로 나온 많은 인명피해 소식을 전해 국민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그럴수록 국민의 안전의식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따라 소방공무원은 21세기 안전의 아이콘이 됐으며 국민이 소방공무원의 복지와 증원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4월 1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라는 소방사의 한 획을 그었고 1년이 흘렀다. 신입 소방관의 눈으로 변화한 1년을 살펴보고 발전하는 소방조직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게 포부를 밝히며 실천해보려고 한다.
첫째 국가 단위 소방력 운용체계를 확립해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와 재난을 대비·대응할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진화까지 32시간 소요됐다. 반면 국가 단위의 소방력이 확립되기 시작한 2019년 발생한 고성 산불 진화에는 13시간이 걸렸다. 국민은 전국에서 지원 온 소방차와 소방관을 보면서 화재와 재난으로부터 안도감을 갖게 됐다.
국가직 전환이 된 지난 2020년에는 10월 울산 주상복합건물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지만 사상자 0명을 기록하며 발전된 운용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해 1월 결정적인 재난이 발생했다. 국가직 전환 이후 맞이한 첫 번째 전염병은 바로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코로나19다.
소방청은 지난 2020년 2월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대구에 147대의 구급차와 인력 294명을 지원해 대구 시민을 바이러스부터 지켰다. 같은해 12월에는 수도권에 45대의 구급차와 인력 180명을 지원하며 다수의 국민을 신속하게 이송해 치료 받을 수 있게 했다.
둘째 국민 생명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현장 인원이 강화돼 7분 이내 도착률을 지난 2016년도 63%에서 2020년도 67%로 상향시켰다. 인명구조 실적은 2016년 1990명에서 2020년 2312명으로 증가해 더 많은 국민을 구조했다. 구급차 3인 탑승률은 2016년 31%에서 2020년 86%로 상향돼 국민이 향상된 긴급 이송 서비스를 받게 됐다.
셋째 소방서비스 인프라가 균등해졌다.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가 지난 2016년 1186명에서 2020년 859명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담당인구가 줄어든 만큼 담당하는 1인당 면적도 줄어 국민은 양질의 소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발전을 가져온 계기는 대형 재해·재난이 있었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다. 그리고 묵묵히 열악한 환경 속에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신 많은 선배 소방공무원의 노고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필자가 임용된 분야는 비록 화재진압이지만 구조·구급 분야를 맡을 수 있게 인명구조사 2급과 응급구조사 2급 자격증을 꼭 취득하고 싶다. 국민의 눈에는 주황색 옷을 입은 소방관만 존재할 뿐 구조·구급·화재진압 소방관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
또 약 8년 정도의 교사 경력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갖고 소방안전교육사로 종사해보고 싶다. 화재진압도 중요하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화재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는다.
앞으로는 소방조직이 국민의 피를 자양분 삼아 성장하지 않고 국민의 격려와 지지 속에서 굳건히 발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