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서가 녹아있는 한국대중음악의 지난 100여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KPOP Museum)이 최근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에 문을 열었다. 총면적 3270m²에 3층 규모로 건립되어 1900년대부터 최근까지 나온 음반을 비롯해 축음기, 카세트테이프, 기록물, 옛 공연 자료 등 7만여 점을 전시 중이다.  한국대중음악은 100년을 넘어선 역사와 드넓은 과정을 지나와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G20국가 가운데 자국의 대중음악과 관련된 박물관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이러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이 나섰다. 이 박물관은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 없이 민간의 대중음악 애호가들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공간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대중음악 자료를 수집해온 한국대중음악박물관(KPOP Museum)의 유충희 관장이 사비를 털었다. 30여년 전 순천공고를 나와 부산에서 전기기사로 취직한 후 전신주·변압기 등을 보수·관리하는 일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은 유 관장은 "일은 힘들었어도 음악으로 피로를 달랬다. 당시 13만~14만원 남짓 월급을 받았는데 주로 음반이나 테이프를 구입했다. 포크음악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장욱조의 `고목나무`, 이현의 `잘 있어요`, 양희은의 `아침이슬`, 박인희의 `끝이 없는 길` 등을 자주 들었다. 특히 `저 산마루 깊은 밤 산새들도 잠들고`로 시작하는 `고목나무`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그 후 유 관장은 80년대 초 이란·인도에 가서 돈을 번 뒤 92년에는 직접 공항·발전소·고속철도 등의 전기 설계·감리업을 하는 회사도 차렸다. 야간대학(원)을 다니며 기술사 자격증을 따고, 박사 학위도 받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돈이 생기는 대로 음반을 수집했다. 대중음악을 향한 그의 애정에 결국 반대하던 아내도 인정하게 됐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남는 건 음악뿐이다.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 생겨도 노래를 듣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좋은 생각도 떠올랐다. 희열을 느꼈다. 차츰 재미가 붙으면서 희귀, 최초, 데뷔 음반 등 기록적 가치가 있는 앨범을 찾아 모으다보니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유 관장의 열정이 사장되고 있던 지나간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에도 새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  여기에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김성환 음악칼럼니스트, 고종석 대중음악평론가, 한명륜 대중음악평론가 등 전문가 15인이 자문위원회를 꾸려 유충희 관장의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개관을 도왔다.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규성 평론가는 "K팝이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 장구한 역사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세계인들은 잘 모르고 있고 또 평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자료의 발굴, 보존, 전시에다 연구, 교육 등 폭넓은 기능을 갖추고 있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개관은 문화 선진국을 향한 일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지상 3층으로 지어진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1091㎡규모로 1929년 한국 최초의 유성기 음반인 이정숙 낙화유수와 2012년 지구촌을 휩쓸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LP한정판 등 1902년부터 K-POP까지 7만여 점의 다양한 음악 자료를 전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물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진 자료들이다. 한국 대중가요의 효시로 꼽히는 1925년 안기영의 `내 고향을 이별하고`와 박채선과 이류색의 `이 풍진 세월(희망가)`,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박향림의 `오빠는 풍각쟁이야` 등 30~40년대 근대 대중음악인들의 활동상을 담은 자료부터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인터뷰 육성이 담긴 유성기 음반,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현지 음반, 국내 그룹사운드 최초 음반인 키보이스 데뷔 음반, 신중현이 이끈 록밴드 애드포의 음반 등 희귀 자료들은 높은 학술적 가치를 가진 전시물들이다.  하이코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박물관 1층을 들어서면 기타와 근현대 악기들이 큰 기둥을 이루고 전시돼 음악예술의 느낌을 직접적으로 전해준다.  1층은 사무실과 함께 레스토랑, 음악감상실을 겸한 까페가 조성돼 있다.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고적한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2층은 본격적인 한국대중음악을 웅변하는 전시실이다. 첫 번째 전시실은 마징가Z와 태권V 등 어린이관이 마련돼 어린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면서 어른들을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한다. 또 1907년 한국대중음악의 여명기로 축음기와 원통형 드라이브 등이 소개되고 1920년대 대중음악의 태동기,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적 슬픔을 노래하는 `홍도야 우지마라`, `애수의 소야곡`, `해운대 에레지` 등의 노래음반을 만날 수 있다. 이어 1940년대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신라의 달밤`, `굳세어라 금순아`, `번지 없는 주막` 등의 노래음반, 1950년대 `대전발 0시50분` 등이 있다.  이어서 저항성 음악으로 금지곡이 즐비하게 지적되었던 시대 `고래사냥`과 `돌아와요 부산항에`, `해뜰날` 등의 노래들이 흘러간 시대를 반추한다. 한국대중음악의 최고 황금기로 불리는 1990년대의 김건모, 신승훈 등의 가수들이 얼굴을 소개한다.  아티스트들이 기증한 무대 의상과 악기들도 볼거리이다. 남진, 이시스터즈, 이금희, 김상희, 현미, 장욱조, 이현, 백두산의 김도균, 클론의 강원래, 김바다, 조항조 등은 무대에서 착용했던 의상들을 기증했다. 한대수, 윤연선, 김목경, 김두수, 이장혁, 부활의 김태원 등은 직접 사용했던 기타를 쾌척했다. 3층의 오디오관에는 웨스턴 일렉트릭의 스피커 16A와 미로포닉(Mirrorphonic) 시스템, 자이스콘, 프로페셔널 오토그래프 등 역사적인 명품 음향기기들이 즐비하다. 시청각실에선 한국대중음악의 중요한 음반과 영상자료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1층에는 초대형 스피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카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가 마련돼 있고, 지하에는 수장고 및 연구공간이 꾸려졌다. 이 밖에도 야외에는 약 1500㎡ 규모의 데크형 공연장이 갖춰져 있다. 또한 박물관의 주변에는 다양한 숙박시설과 명승고적, 놀이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여행을 겸할 수도 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전시물은 최초와 희귀라는 측면에서 거의 모든 관련 음반과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최초의 민간제작 12인치 LP와 최초로 유럽 진출을 이룬 가수의 음반, 최초의 밴드 음반, 최초의 골든디스크, 최초의 가수 개인 박스음반, 최초의 노래 동아리 음반, 전세계에서 단 한 장뿐인 뮤지션(김바다)의 LP, 의상, 트로피, 악기 등 진귀한 전시물이 준비되어 있다. 가장 소장 가치가 있는 전시물은 박물관 자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물관은 앞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규성 평론가는 "미국의 `로큰롤 명예의 전당`처럼 한국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을 업적을 기리는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며 "그 시작으로 박물관은 `신라의 달밤`, `신라의 달밤`, `비 내리는 고모령`, `럭키 서울`, `맨발의 청춘`, `님은 먼 곳에` 등 수많은 명곡들의 작사가이자 극작가인 유호 선생을 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관계자는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와 오디오 100년사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며 "기획전시와 함께 가수와의 만남, 기획공연 등의 다양한 이벤트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경주시민과 경노우대, 단체관람 등의 할인행사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경주 시민에겐 2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관람 가능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문의는 (054) 776-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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