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채 가시기도 전에 3월의 눈은 영양군 죽파리 일대를 새하얗게 덮어버렸다. 이달 초에 내린 눈은 앙상하게 남은 자작나무 가지에 눈꽃을 피워냈다.
흔적 하나 없이 말끔한 눈길 위로 발자국을 하나 둘 새겨 가다 보면 어느새 자작나무 숲 입구에 도착한다.
4.7㎞라는 거리는 눈으로 보는 풍경과 얼어붙은 표면을 깨고 흐르는 계곡 소리에 가벼운 여정으로 느껴진다.
입구에서 맞이하는 자작나무숲은 1993년도에 약 30ha의 면적에 심어진 30㎝짜리 나무들이 30년 가까이 자연 그대로 자라나 현재의 울창한 숲을 이뤄 만들었다고 한다.
숲으로 들어서면 높게 솟아있는 나무들은 하얗게 시야를 메운다.
축구장 40개의 크기만큼이나 넓은 이 숲길은 2개의 코스로 나눠진다. 1.49㎞의 1코스와 1.52㎞의 2코스는 설산이 처음인 초보에는 안성맞춤이다.
또한 곳곳에 배치돼 있는 포토존은 자작나무숲에서 한 폭에 그림을 남기기에 적당한 프레임을 만들어준다.
전망대로 올라가면 고도 800m를 훌쩍 넘기는 높이에서 자작나무숲 일대를 조감할 수 있다.
영양 죽파리의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자작나무의 꽃말인 `당신을 기다립니다`처럼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높은 하늘과 맑은 공기를 품고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열 기자zopr94@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