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입김이 한층 세진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대 증원 책임자 문책과 `시한폭탄` 의료정책 중지를 요구했다. 의협 새 비대위가 탄핵당한 임현택 전 의협 회장 때보다 더 강경한 투쟁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지난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조속한 시일 내 의·정 대화의 물꼬가 트이긴 어려워 보인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협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지금 (여야의정협의체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다른 비대위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의대생 등은 여전히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의 요구안 중 핵심은 오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인데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도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는데 비대위 역시 같은 생각인지` 등을 묻는 질의에 "그것 역시 비대위원들이 모여서 결정해야할 문제"라며 "하지만 이미 상당히 늦었다. 합의를 하든 협의를 하든 이 문제는 10년 이상 지속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전공의, 의대생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박 비대위원장도 `협상`보다는 `대정부 투쟁`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 부문에 갖가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주길 바란다"고 했다. 당사자인 전공의 대표도 협의체 참여에 반발이 큰 상황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협의체 2차 회의가 열린 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의 진정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협의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지난 9월 8일 한지아 수석 대변인의 부재중 전화 한 통과 9월 10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 하나 남긴 것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두 달간 여야의정협의체와 관련 국민의힘 측 연락은 일절 없었다"며 "한 대표는 오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20~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계속 비현실적 주장을 하며 국민의 의료 정상화 요구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의협 비대위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에 뽑지 않거나 대학 자율로 추가 합격자를 뽑지 않는 방식 등을 통해 선발 인원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정부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이것도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서 논의하는 게 순리다.  정부 역시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증원 자체는 필요하지만 왜 꼭 2000명이어야 하는지는 논리와 설득력이 부족했다. 정부 손을 들어준 법원조차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의료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증원 규모 계산 때문이 아니라 의료계를 설득해 변화에 동참시키는 과정이 지난 탓이다.  툭 숫자를 던져놓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결국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번에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 모두 합리적 대안을 내고 서로 타협하는 것이 지난 9개월간 고통을 감내해온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정부도 의협 비대위를 끝까지 설득하고 입장을 조율해 협상장으로 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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