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 회동이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열였지만 의정 갈등 등 민감한 현안은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은 지난 7월 이후 두 달 만으로, 애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돼 있다가 명절 연휴 이후로 미뤄진 끝에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추석을 앞두고 `민생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고 연기 이유를 댔지만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정부 방침과 달리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공개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도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 뒷말이 무성했다.
25일 만찬에 참석한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약 90분간 진행된 만찬에서는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 관련 이야기가 주로 오갔고 국정감사, 저출생 법안, 수해 등 이견이 적은 사안만 논의됐다.
의대 정원 확대 등 시급한 현안은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당초 이번 만찬에서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당정 간 이견이 조율되고, 여야의정 협의체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상견례 성격의 의례적 만남으로 끝나면서 협의체 출범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협의체 출범이 더 지체되면 그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요청했던 윤 대통령과의 독대도 성사되지 않으면서 의대 정원을 포함한 중요한 의제는 논의되지 못했다.
`빈손` 만찬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윤 대통령은 전날 만찬을 앞두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는 의사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걱정하지 않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한 대표는 의료계를 설득하려면 내년 정원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회동은 최근 부진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반전을 꾀하고 국정동력을 회복할 중요 계기가 될 만했지만 여러모로 미흡했다고 할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에 "중요 현안들에 대해 논의할 자리를 다시 잡아 달라"며 독대를 재요청했다고 한다. 국민이 기댈 곳은 결국 정부와 여당이다.
형식이야 어떻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민생을 놓고 만나 치열한 논의를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당정 갈등과 국민 우려를 불식시킬 다음 회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