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넘게 이어지는 의정갈등 속에 환자들 못지않게 벼랑 끝에 내몰린 의료계 직군이 있다. 바로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와 범위를 더 넓히면 간호대 학생들이다.    경영난에 빠진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잠정 중단한 데 따른 여파로 직업 선택권 침해는 물론 장기적으로 국내 보건 의료체계에 악순환을 몰고 올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온다.  2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중 올해 상반기에 신규 간호사 채용을 진행, 준비 중인 곳은 △중앙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원광대병원 3곳뿐이다. 빅5 병원은 그동안 거의 해마다 세 자릿수의 신규 간호사를 채용했지만, 올해는 채용 자체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일부 병원들은 신규 간호사를 일시에 채용하고 필요할 때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대기 순번제` 방식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올 2월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자 발표와 맞물린 의정갈등으로 신규 간호사의 발령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해 간호대 4학년이 대상인 내년도 채용 공고도 끊긴 상태다. 이에 따라 간호대 학생들은 휴학까지 고려하고 있다. 취업이 되지 않은 채 졸업하느니, 어떻게든 대학생 신분을 이어간다는 취지다.  간호대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러려고 4년 열심히 공부했나. 너무 우울하다`, `한 학기 남았는데 휴학할까 싶다` 등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열악한 처우와 병원의 채용 관행은 물론 향후 간호인력 수급에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국간호대학(과)장협의회·국립대학교간호대학(과)장협의회·한국간호과학회는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경직된 보건의료 인력의 업무 체계가 해소되기를 바랐던 간호사들은 의사 증원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민 고통은 심해지고 보건의료 현안들도 묻힌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린 간호사, 무급휴직으로 생계 걱정하는 간호사,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된 예비 간호사, 취업 불안으로 휴학을 선택한 간호대학생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의료계의 집단 휴진과 파업의 우선 철회, 의정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고 토로했다.  장숙랑 한국간호대학(과)장협의회 회장(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장)은 뉴스1에 "지난 10년간 간호대 입학정원은 꾸준히 늘렸고 이번에 또 1000명이 늘었다. 신규 간호사의 대기기간 최소화, 처우 개선 논의는 의대증원 이슈에 묻혔다"고 설명했다.  장숙랑 회장은 "간호교육 인증 평가를 받아야 하는 간호대는 해마다 취업률을 7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지금으로서 취업률 70%는 당연히 어렵다. `땜빵` 대책들에 답답하다"며 "다른 보건의료 직역에도 연쇄적 피해가 없도록 정부의 합리적인 정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병원과 간호부의 입장차가 있어 보인다. 신규 간호사를 채용할 병원들을 모아 `동기간 면접제`를 하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간호인력 수급 추계 등 간호대 정원을 조정할지도 상황을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병원에서 일반병동과 중환자실의 병상 축소는 물론 한시적 정원 감축, 정규직 신규 직원의 채용 중단·비정규직의 계약 만료 등이 벌어지고 있다. 또 의사 업무를 일부 지원하는 진료 지원(PA) 간호사에게 제대로 된 교육·훈련조차 제공되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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