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감소로 사과가 이제 `금(金)사과`가 됐다.  알이 굵다 싶으면 개당 1만원짜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과 가격이 현재 전 세계 1위라고 한다. 이렇게 사과 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 1500억원을 긴급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서울 양재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1%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2.5%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농산물을 비롯해 국민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물가 상승률은 3.7%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게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실행하겠다"며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간, 품목,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납품 단가와 할인 지원을 전폭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냉해 등으로 상당한 기간 높은 가격이 예상되는 사과와 배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딸기, 참외와 같은 대체 과일은 가격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과 10㎏당 서울 가락시장 경매가가 평균 14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 대체 과일들도 연이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 15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14일 사과 미시마 품종은 10㎏에 평균 14만1587원에 경매가 이뤄졌다. 당시 경매 최고가는 18만2000원으로 평균가는 지난해(4만7197원)보다 200%, 1주일 이전(12만752원)보다 17.2% 치솟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생산된 사과의 저장량이 20만2700t으로 지난해보다 30.6%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공급량 역시 지난해보다 31% 줄어든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 계약재배 물량도 지난달 설 연휴 당시 모두 소진돼 민간 저장 물량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공급량 확대 대신 납품단가 인하, 할인 지원 등으로 물가 안정 정책을 선회했다. 총 519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납품단가 289억원, 3~4월 소비자 할인 지원에 230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사과 가격이 계속해서 치솟는 것은 물론 대체 과일들도 줄줄이 상승하며 `애플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과 10개당 소매 가격은 3만105원으로 지난해(2만3068원) 대비 30.5% 올랐다. 지난달(2만7726원)보다 8.6% 오르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단감은 지난해보다 89.6%, 딸기는 5.4%, 멜론 41.9%, 토마토 21.6% 각각 올랐다. 특히 수입 과일인 오렌지는 물가안정을 위해 할당관세가 적용됐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오렌지는 10개에 1만7271원으로 평년보다 33.8% 높았다. 이 같은 과일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에 있다. 사과나 배의 경우 기상 급변을 겪으면서 수확량이 평년보다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한반도 온난화에 따른 재배 여건 변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도 정부는 여태껏 이 문제를 사실상 방관해 왔다. 대체 가능한 수입품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나 검역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정부는 검역 간소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를 보면 금사과, 금귤은 농업정책·물가관리 실패가 낳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의사만 잡지말고 물가도 잡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미봉책이 아닌 좀 더 효율적이고 장기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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