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이제 `금(金)사과`가 됐다.
지난달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농축산물의 상승세가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지난해부터 반년째 상승세를 기록한 사과 가격 때문에 다른 과일값까지 연이어 오르는 `애플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돼지고기와 채소까지 최근 강세를 보인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전날 사과 10㎏당 도매가격은 9만1700원, 배 15㎏은 10만3600원으로 지난해(4만1060원, 4만3945원) 보다 123.3%, 135.7% 각각 올랐다.
사과 도매가격은 지난 1월 17일(9만740원)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했다. 배는 지난 7일(10만120원)을 이후 계속 1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과실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로 3.1%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7.5%p(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과실 물가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 1985년 1월 이후 약 40년 간 최대 수준의 격차다. 그만큼 다른 품목에 비해 과실 물가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가격 안정세는 요원한 분위기다.
오는 7월 나오게 될 햇사과마저 작황이 부진하다면 적어도 올 추석 전까지는 사과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과일 역시 가격이 내려가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과일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에 있다.
사과나 배의 경우 기상 급변을 겪으면서 수확량이 평년보다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한반도 온난화에 따른 재배 여건 변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도 정부는 여태껏 이 문제를 사실상 방관해 왔다.
대체 가능한 수입품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나 검역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정부는 검역 간소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를 보면 금사과, 금귤은 농업정책·물가관리 실패가 낳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에 "의사만 잡지말고 물가도 잡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미봉책이 아닌 좀 더 효율적이고 장기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