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수년째 사회적 이슈가 되고 경찰과 교육기관의 적극대응에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1년 중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신학기에 즈음해 수년 전 의경부대장 시절 목격한 학교폭력 피해자의 아픈 상처를 기억해 본다.
K는 그해 늦봄 훈련소를 마치고 우리 부대로 전입 온 신병이었다. 국내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외국대학을 다니다 입대했고 성실하게 훈련을 잘 받았으며 부대생활을 참 열심히 했던 게 그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이다.
그러던 중 한더위가 꺾이던 어느날 훈련을 하던 K가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졌고 원인은 극도의 정신불안에 기인한 과호흡증이라는 것이었다.
이날 K에게 혹여 부대 내에서 구타 등이 있었는지 상담했으나 군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K로부터 극도의 불안감으로 더 이상 군생활을 하기 힘들며 입원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통상 신병들이 훈련과 신병생활이 힘들어 꾀병으로 입원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K의 경우는 힘든 신병훈련도 끝났고 이제 K의 밑으로 후임도 몇 명 들어와 막내 신세도 면하게 된 때라 그 이유가 궁금해 몇 번을 캐물었으나 K는 입원치료를 원한다는 말뿐이었다. 그간 K가 군생활을 너무 잘했기에 K의 부모님을 통해 그를 설득할 요량으로 부모님과 상담하면서 그가 그렇게 잊고 싶었던 상처를 알게 됐다.
K는 친구들에게 오랜 기간 학폭을 당했고 이로 인해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졸업 후 아픈 기억을 잊고자 대학도 외국으로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학폭의 상처가 아물었을 것으로 알고 입대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학폭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 트라우마는 더욱 커져 이제는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그 후 몇 차례 입퇴원을 거치며 노력했으나 결국 K는 의병전역을 하고 바로 출국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오열하며 부대를 떠나던 K와 그 부모님이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드라마는 치밀하게 준비한 학폭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를 그리지만 현실의 피해자는 수년이 지난 그때도 여전히 피해자였다. 이렇듯 학폭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학교폭력은 발생 이후에는 이미 늦다. 그래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학교, 경찰 아니 우리사회 전체가 학교폭력 예방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