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대 강의를 위해 이스라엘에 머물 때 학장실에서 `민박` 집을 주선해 줬다. 가 보니 이스라엘의 대기업 회장집이었다. 회장의 노모가 종종 아들네 집을 찾았다. 당시 아흔이 넘었는데 건강이 아주 좋으셨다. 우리는 친구와 지인의 모친도 `어머니`로 부른다. 그래서 필자는 그 어머니를 `Mother`라고 불렀다. 그 집 식구들이 그게 신기하고 고마웠던 것 같다. 회장은 틈만 나면 필자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이스라엘 구경을 시켜줬다.  한번은 회장이 어머니 집에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어머니는 큰 부자였다. 건강 때문에 텔아비브 북쪽 지역의 대저택을 그 얼마 전에 처분하고 텔아비브 시내 중심부에 있는 아파트로 옮겨 혼자 살고 계셨다. 아파트에 들어가 보니 미술품들이 사방에 일부는 포장된 채로 쌓여 있었다.  그 중 한 방에는 의료용 침대와 산소호흡기가 있었고 비상벨을 누르면 의료진이 5분 이내로 도착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 아파트는 텔아비브의 한 특급병원과 나란히 연결돼 있었다. 최고급 아파트와 특급병원이 같이 있는 구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에 내리면 바로 젊은이들의 활기로 가득한 고급 쇼핑몰이다.  노인 주거시설과 병원, 상업시설이 같이 있는 모습은 고령 시대 우리 병원들도 연구해 봄직한 콘셉트이다. 병원 규모 문제로 여의치 않다면 병원에 상업시설을 더 늘려 유치하는 것도 좋겠다. 언뜻 조용하고 번잡하지 말아야 할 병원상과는 상치되게 들린다. 그러나 입원환자와 가족은 병원 신세를 지는 순간부터 불안하고 정서적으로 황폐해지기 쉽다. 건강할 때 일상생활의 일부를 병원 안에서도 접할 수 있게 해 주면 치료와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SG의 한 요소가 `고객 보호`인데 병원은 업무 자체가 고객 보호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 그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상업시설들이 많고 심지어는 프라이팬까지 살 수 있는데 그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한다.  병원이 ESG에 정합하기 위한 노력은 우선은 환경(E) 분야에서 이뤄진다. 천재지변이나 사고, 감염병 등 환경의 영향을 차단하는 작업으로 시설물 관리를 철저히 하고 병원 전부나 일부가 폐쇄되는 상황에 대비한 헬스케어시스템 내 업무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병원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소 제로(0) 운동에 동참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병동을 포함한 환경 관련 투자를 늘릴 수 있다. 독성물질과 폐수 관리, 전자폐기물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시설물 내부의 공기와 부지의 물 관리도 중요하다.  1776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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