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상수(上壽·100세)를 바라보는 6·25전쟁 참전 노병이 `호국의 다리`로 불리는 옛 왜관철교를 찾았다.
6·25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 투입됐던 조석희옹(96)은 31일 호국 보훈의 도시 칠곡군이 낙동강 왜관철교 옆에 설치한 평화분수를 찾아 희생 전우를 추모했다.
칠곡군이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7월 개장한 평화분수는 6·25전쟁을 상징하는 62.5m 길이의 분수대에 55일간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상징하는 55m의 고사분수 등을 갖췄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운영을 멈췄으나 지난 4월 17일 재개장했다.
6·25전쟁 발발 당시 35세의 나이로 고향인 칠곡군에서 경찰관으로 복무하던 조석희옹은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 참전했고 전투가 국군의 승리로 기울고 인천상륙작전으로 통일을 눈앞에 두자 경찰관을 그만뒀다. 하지만 중공군의 참전으로 국가가 다시 위기에 처하자 17∼40세 미만의 제2국민병인 국민방위군에 다시 입대했다.
조석희옹은 "국민방위군은 보급품이 부족해 하루에 주먹밥 한 덩어리로 배를 채우고 가마니를 이불 삼아 전투에 나섰다. 아사자와 동사자가 속출했다" 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낙동강 방어선 전투가 벌어졌던 칠곡군은 호국과 보훈을 기리는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호국과 보훈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풍조가 지속되면 과연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전우들에게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들을 다시 만나면 원망의 소리를 들을 것 같다"며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보훈이다. 국가는 참전용사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칠곡군은 조석희옹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6·25참전용사 명각비에 이름을 올리고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열린 `대한민국을 지킨 8인의 영웅 행사`에서 호국영웅 배지를 수여했다.
전상철 기자js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