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기업들이 작성해서 내놓는 CSR보고서 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해당 기업의 경제, 사회, 환경 분야 활동과 성과를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네덜란드 소재 국제표준화기구(GRI)의 스탠더드에 따라 작성된다. CSR보고서는 작성과 공개가 의무 사항은 아니어서 매년 약 20개 기업이 한국거래소에 공시하고 있는 정도다. 보고서의 내용은 대개 경영철학, 사회기여 노력, 재무상황, 비재무적 성과 등이다.  한편 지난 2017년 3월에 한국거래소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핵심원칙` 10개 항목에 따른 기업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제정했고 2019년부터 그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공시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CSR보고서 공시활성화와 의무화 계획을 공개하면서 기업지배구조 공시제도를 손질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공시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궁극적으로는 CSR이 ESG에 편입되는 모양이 될 것이다.  하버드대 시트코프 교수에 따르면 SRI(사회적 책임투자)의 기원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리교 교회에서 이웃에 해를 끼치는 사업으로 돈을 벌면 안된다고 가르쳤다. 주류와 노예매매, 위험 화학물질 제조가 거기에 포함됐다. 그런 생각을 자본시장에 도입해서 지난 1928년에 세계 최초의 SRI펀드(Pioneer Investments)가 조성됐는데 기독교적 가치를 지향하는 이 펀드는 아직도 존속한다.  SRI는 지난 1970∼80년대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에 대한 반발로 다수 글로벌 투자자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에 대한 보이콧을 실천하면서 활성화됐고 1990년대 중반부터 SRI펀드 붐이 일어나 이후 지속적으로 규모가 증가, 2019년 상반기에만 3조달러 이상이 신규로 조성됐다.  SRI펀드 중 일부가 투자전략에 기업지배구조(G) 요소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 ESG의 출발이다. 이는 지난 1990년대 이후 기업의 지배구조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와 인식이 축적된 데 기인한다. 그러자 ESG의 핵심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즉 ESG가 SRI와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G`를 반영해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는지다.  미국 최대의 연기금 캘퍼스(CalPERS)는 후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SG가 단지 `기분이 좋아지는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채택했다는 것이다. 향후 ESG의 운용에서 G가 핵심이 될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또 그렇게 돼야 ESG가 지속가능한 이념이 된다. 차제에 G를 `지배구조`로 번역하지 말고 이사회경영을 중심으로 하는 `투명경영`으로 번역하면 좋겠다.  ESG의 내재적 목표는 인본주의에 기초한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다. 기업은 생산과 분배의 도구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만들고 용도가 다하거나 사업이 부진하면 없애고 하는 것이지만 없어지는 과정에서는 주주, 임직원, 사회가 일정한 고통을 겪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성공적으로 운영돼서 지속적으로 존립할 때 그 자체 일정한 사회적 가치를 발휘한다. 주주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경우 기업의 폐쇄는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주주들은 투자자산에 손해가 나지 않는 한 존속하던 기업을 폐쇄하고 다른 기업을 만들거나 다른 기업으로 투자를 변경하면 된다. 반면 종업원들은 그 과정에서 경제적, 심리적 손상을 입고 재기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사회에 부담이 발생한다.  그러나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성공과 확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ESG가 SRI에서 출발해 진화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SRI와 ESG는 노동이 아닌 자본이 주창한 것이고 현재와 미래에도 자본의 관점이 동력이 돼서 지속될 것이다. 주주이익과 이해관계자 이익은 단기적으로는 상충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수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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