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 경남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해 30명이 목숨을 잃고 서울 면적의 80%(4만8000여㏊)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는 등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더해져 초기 진화에 실패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열흘간 이어진 뒤에야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이번 산불로 기존 산불 대응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지휘 체계 개편과 대응 시스템 전반에 걸쳐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체계는 산림청이 산불 대응을 총괄하고 인명 피해 우려 등 상황이 커지면 소방청이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다.
여기에 산불 규모에 따라 지자체장, 도지사, 산림청장 등으로 지휘 주체가 달라지는 구조까지 더해져 상황 판단과 실행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게다가 진화 인력 상당수가 고령자였고 고지대 장비 접근 제한, 강풍에 따른 헬기 운용 차질 등 현장 여건도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산림 대부분이 소나무 등 침엽수림으로 구성된 데다 불길을 차단하고 장비가 진입할 수 있는 임도(산림 도로) 부족 역시 진화를 어렵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 헬기 50대 가운데 5000L 이상 대형 기종은 7대뿐이고 상당수는 3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체다.
소방청도 자체 보유 대형 헬기는 없으며 현재 임차해 운용 중인 5000L 이상급 기체는 3대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사망자 다수는 60세 이상 고령층이었고 재난 문자나 대피 지시를 제때 전달받지 못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피해 지역인 경북 동북부 일대는 전국에서도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의 연간 재해 예산은 대부분 산불 예방과 홍보에 집중돼 있다.
의성군은 전체 예산 중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이 1.7%에 불과하고 안동시는 0.5%, 영덕군은 관련 예산 항목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대피소 확보, 피난 경로 정비, 주민 경보 체계 등 실질적인 대응 인프라는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산림청은 지난 2023년 전국 11개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난 대형 산불을 계기로 대응 개선책을 담은 백서를 펴냈다. 산불에 취약한 산림구조, 산불 진화 인력과 헬기 등 장비 부족, 임도 등 기반 시설 미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담수량 5000L 이상 대형 헬기로의 전환, 12개 산림항공권역당 최소 대형 헬기 2대 이상 확충,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인력 2500명 규모로 확대 등 제안된 개선안들이 실행되지 않았다. 백서에 정답을 뻔히 써 놓고도 예산 한계 등을 이유로 방치된 것이다.
뼈아프게 각성해야 할 문제다. 산불 재난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더라도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방책을 마련하고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