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진화 작업이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때문에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역대 세번째로 큰 피해 규모를 나타내고 있는 의성 산불은 진화율이 역주행하며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불은 인근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야산까지 번지면서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9시 기준 의성 산불 진화율은 54%다. 전날 저녁 진화율 60%에서 떨어졌다. 현재 헬기 66대, 인력 3154명, 장비 453대를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불어 산불이 급속히 확산돼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후에는 최대 초속 10~20m의 강풍과 낮 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된 상태다. 당국은 불길이 더 번질 것으로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불영향구역은 축구장 1만4000여개에 해당하는 1만2565㏊다. 의성군 절반이 산불영향구역 면적에 포함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날 오후 의성 지역에 투입됐던 40대 소방관이 구토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등 길어진 산불 탓에 진화대원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다행히 나머지 지역들은 불길이 다소 잡히는 모습이다. 발생 닷새째로 접어든 경남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진화율 88%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산청 시천면에서 시작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하동 옥종면까지 번진 상태다. 당국은 헬기 32대, 인력 2122명, 장비 258대를 투입해 주불 진화를 목표로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현재 운용 중인 헬기는 산림청 26대, 지자체 43대, 군 35대 소방청 14대, 경찰청 4대, 국립공원 1 대 등 총 123대다. 이들 헬기를 의성에 77대, 산청 31대, 울주에 15대씩 투입한 상태다. 그러나 3분의 1은 진화, 3분의 1은 정비, 3분의 1은 급유해야 하는 시스템뿐 아니라 태풍급 강풍으로 산불이 계속 확산하면서 운용이 버거운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진화헬기는 총 207대(산림청 50대, 지자체임차 80대, 소방 31대, 군 35대, 경찰 10대, 국립공원 1대)다. 하지만 대형 산불이 전국적으로 동시에 나는 경우나 하루에 여러 건이 발생하는 경우 신속한 헬기 투입에 한계가 있어 오는 2027년까지 58대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24년 발생한 279건의 산불을 기준으로 헬기 진화율은 80%이며 나머지 20%는 지상진화 인력으로 껐다.
해마다 봄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전국에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산림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는 한편 산불 재발·확산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입산자와 산지 주민들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홍보·관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감시 인원·초소를 늘리고, 드론·열화상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소방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산불 예방·감시 체계를 갖추고 초동 진화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소방 헬기 현대화·증강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산불로 진화 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졌다.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455건에 이른다.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 546건 가운데 56%인 303건이 3~5월에 집중될 정도로 봄철 산불이 잦다.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31%), 쓰레기 소각(13%), 논·밭두렁 소각(11%) 순이었다. 산청 산불의 원인은 주민의 예초기 작업 중 발생한 불꽃으로 알려졌고 의성에서는 최초 신고자가 "묘지 정리 중 불이 났다"고 말했다. 사람의 부주의나 실수로 발생한 화재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앞으로 이상기온현상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많큼 예방과 초동진화 성공율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정비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