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매체에서 `잔소리하는 아빠 신고할게요`라는 제목의 뉴스가 다뤄졌다. 최근 자녀가 부모를 신고하는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고 사유는 "성적이 나쁘다며 아버지가 욕을 했다. 컴퓨터를 끄고 공부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많을 때는 하루 2~3건의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잦아졌다`고 말했고 이런 신고는 수사가 참 곤란하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부모자녀의 문제를 가족 외부의 제도로 해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아동 학대신고는 꾸준히 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권의 노력은 더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친부모에 의한 것이라는 결과를 볼 때 자녀들이 스스로를 지키 위해 학대에 대한 민감성을 기르고 대응 방안을 배워두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결과를 대할 때마다 학대를 경험한 자녀의 신고는 `자신을 지키는 최선의 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에서 언급한 뉴스 사례를 보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당혹감과 답답함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부모를 신고하는 자녀들에 맞서 부모들은 교육부를 향해 `정당한 자녀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촉구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학대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고 또 그 법을 제한하기 위해서 다른 법을 제정하라는 두 입장이 팽팽하다. 부모는 훈육이라 말하고 자녀는 학대라고 말하는 그 애매한 경계에서 우리는 어떤 해답을 찾아 나가야 할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자녀들은 아직 미성숙하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법적 근거로 학교에서는 인권 교육이 강화됐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교육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과 제도가 미성숙한 판단과 만나게 될 때 모두가 신고의 대상이 돼 사회의 또 다른 병폐를 만들 수 있다. 부모 신고뿐만 아니라 학생에 의한 교사 신고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두가 성숙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부모의 미성숙함이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지만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아이들의 성장발단 단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들의 반항 행동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지 못한다. 부모들은 훈육과 화풀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들은 감정을 잘 정리하고 대화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의 말이 옳다 하더라도 감정이 상하게 되면 학대로 인식하고 실제로 상처로 그것을 남겨둔다. 그것이 쌓이면 부모신고도 강행해 보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아버지를 신고한 자녀의 경우에도 부모의 잔소리가 이해되고 그 내용이 훈육으로 인정됐다면 신고를 하는 불상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욕을 했고 자녀는 그 상처와 분노를 경찰 신고로 돌파해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미성숙한 사람들을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교육이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인권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훈육과 학대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모교육의 절실함이다. 부모교육은 훈육과 학대를 구분하고 제대로 된 자녀 양육을 해 나가야 하는 책임은 부모에게 더 크게 있기 때문에 더 미룰수 없는 사회적 과업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부모교육의 체계를 잡아 나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감시와 신고, 강력한 법이 항상 필요하다. 어떤 이유에서도 아동학대는 용납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씁쓸한 `부모신고`가 되지 않도록 이제 감시와 신고 이전에 부모와 자녀를 위한 부모교육의 제도화가 시급하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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