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에 불을 지피면서 당이 술렁이고 있다.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인 위원장은 지난 28일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남 쪽은 상당히 쉽게 당선이 되므로 스타 의원들이 서울 아주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했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김기현 대표,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당내 파장이 일었다. 이달 초 부산 해운대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의원의 서울 험지 출마 선언을 계기로 중진 차출론이 불거졌지만 아직까지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 험지 출마 기류는 없는 상태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영남권 스타 의원이 당내에 존재하는지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영남 중진이라는 이유로 험지에 출마했다가 오히려 상대 후보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당내 공천 갈등만 일으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공관위와 지도부의 요구에 따라 험지로 출마한 김병준(세종을)·이종구(경기 광주갑)·이혜훈(서울 동대문을)·황교안(서울 종로)·유정복(인천 남동갑) 후보는 모두 낙선했다.  무엇보다 인 위원장이 쇄신책을 내놔도 지도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혁신안은 `무용지물`에 그칠 수 있다.  지난 2014년 김문수 혁신위 때도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의원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등 혁신안을 제안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험지 출마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선택받은 집권당으로서 정치의 변화를 이끌 책임이 없지 않다.  현역의원 분포를 보면 111명 중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 의원이 56명에 이르며 이 중 3선 이상 중진은 16명이다.  하 의원의 깜짝 선언이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영남 텃밭의 중진들에게 충격효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새 인물을 영입하고 당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당연하다. 이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사활이 걸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쇄신의 이니셔티브를 쥔다면 더불어민주당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매번 나오는 `중진 살신성인론` 류의 명분 뒤에는 계파 간 공천암투라는 본질이 숨어 있다. 일례로 민주당에서 나오는 3선 이상 기득권 포기 주장이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험지로 내몰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와 같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에서 친윤계 핵심의원들의 솔선수범이 없는 한 공천혁신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힘든 것이다.  현재의 비호감 대결구도에 지칠 대로 지친 유권자들은 환골탈태 의지를 먼저 내보이는 쪽에 마음을 열 것이다.  지금부터 기득권 내려놓기 성과를 쌓아가야 백지상태에서 혁신의 내용을 어필할 수 있다. 국민은 거대 양당이 뼈를 깎는 쇄신경쟁에 나설 것을 명령하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