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국민과 기업들이 심각한 경제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는 아직도 내년 예산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정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결과에 국민적 관신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예산을 추가 삭감하는 방안까지 논의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민의힘은 원내지도부 공백이 길어지며 협상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도 감액 예산안에서 7000억원을 추가로 삭감, 총 4조8000억원을 감액한다는 방침을 놓고 다시 논의에 착수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추가 삭감 철회 얘기가 있었다"며 "열린 논의를 진행 중이고 오늘까지 협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이미 의결된 예산결산특별위 감액안을 오는 10일 본회의에 올리자는 의견도 있고 정부안을 받자는 의견도 있다. 증액안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감액을 포함해서 7000억원 추가 감액안도 후보로 놓고 내일 예산안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해서 협상이 원활히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대통령실 사업비, 전직 대통령 경호 관련 예산 등 추가 감액 소요를 발굴해 7000억원을 추가 삭감하겠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달 10일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중 4조1000억원을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는데 여기에 또 추가 삭감 방침을 논의한 것이다.
우 의장은 지난 2일 여야에 10일까지 여야 합의안을 마련해 오라며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하지만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여야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우 의장은 예산안 문제를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우 의장은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예산안 처리가 안 되는 것이 마치 국회의 책임인 것처럼 기재부가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질책하고 "전날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이번 예산안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야의 예산안 협의는 난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탄핵으로 여야 정쟁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탄핵 없이는 예산안 협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원내지도부가 사라진 국민의힘은 예산안 강행 처리는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공공서비스 부문이 우선 타격을 입고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야당도 대통령 탄핵과 예산안을 놓고 고르라고 압박할 일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이 달려있는 반도체지원법과 민생과 관련된 정책들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경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