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건설현장이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신규 주택공급에 대한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자재 업계는 공사비 상승 문제가 단순히 자잿값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원자재, 인건비 등 복합적 상승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최근 시멘트, 레미콘, 골재 등 주요 자잿값 인상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토로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업계와의 별도 `대화채널`을 가동하는 등 건설 자재 수급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9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2020=100)는 129.71로 전년 동월(127.39) 대비 1.8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 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로 5년 전인 지난 2019년 8월(97.72)과 비교해 30.3%가 상승했다. 이 기간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97.56에서 128.69로 무려 32%나 뛰었다.
정비업계 일각에선 자재 업계가 최근 몇 년 새 가격을 급격히 올려 주요 사업장 곳곳에 공사비 문제가 터진 거란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올라 공사가 멈춰서는 등 사업성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업계는 억울하단 입장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시장 평균 가격(공시기준)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t당 7만5000원을 유지하다 최근 원자재, 인건비 상승 등 여파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멘트 가격이 정체돼 있거나 심지어 하락하던 시기에도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계속해 올랐는데 마치 공사비를 비롯한 분양가 상승이 시멘트값 인상 때문인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분양가 13억원짜리 아파트 기준 한 가구당 시멘트 투입비용은 224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0.17% 밖에 차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레미콘 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르는 건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의 땅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라며 "레미콘이 주택시장에 투입되는 절대량은 많지만 개별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 가격은 정부가 관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원자재 가격이 내렸으니 주요 자잿값을 내려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인건비 항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건설업 전체(127개 직종) 일 평균 임금은 27만4286원으로 5년 전(21만6770원) 대비 26.5%(5만7516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출범시키는 등 서둘러 주택공급 지연 요소 `제거`에 나섰다. 협의체에는 국토부를 비롯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시멘트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등이 참여한다.
현재 업계는 정부에 인건비 안정화 대책을 포함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레미콘 업계 부담 완화 △레미콘 믹서트럭 수급과 관련한 건설기계 수급 조절 정책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