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끝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산업육성·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 경제법안들을 외면했다. 이번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법안들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첨단 기술발전 흐름에 따라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우리 현실 속 시간은 곧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21대 국회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전날 마지막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재의 요구로 돌려보낸 `채상병 특검법`은 부결하고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결이 모든 이슈를 잠식한 상황에서 여타 산업육성 지원을 담은 경제법안들은 심의안건조차 오르지 못했다. 결국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모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다.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인공지능산업 육성법(AI기본법)`,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을 위한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K칩스법은 반도체·2차전지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에 시설 투자를 하면 15~25%의 세금을 돌려주는 세제 지원혜택으로 올해 일몰을 맞는다.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오는 2030년까지 법 적용을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가 62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을 위한 특별법`도 폐기된다. 당장 세계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주요국들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 속 지원법 처리 지연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여야는 해당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며 입장차를 줄였지만, 총선 이후 채상병 특검법 등 주요 쟁점 법안들에 대해 극렬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뒷전으로 밀렸다.
2022년 말 발의된 AI기본법은 줄곧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폐기를 맞게 됐다. 법은 AI산업 육성에 필요한 정부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고안됐지만,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최대 쟁점 법안인 `고준위 방사성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이 핵심 민생 법안으로 꼽는 원전 폐기물 처분 부지 확보를 위한 해당 법안에 대해 여야는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접점을 찾았지만, 21대 마지막 본회의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오르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됐다.
이 외에도 정부가 해상풍력 입지를 선정하고 풍력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보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해상풍력 특별법(해풍법)`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 발전법`도 자동 폐기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은 분초(分秒)를 다투는 상황"이라며 "우리와 경쟁 중인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다. 당장 정부의 지원 법안들이 시행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다시 차기 국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했다.
21대 국회가 끝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산업육성·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 경제법안들을 외면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는 시급한 경제법안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